산에 올라 산나물을 따다 보니 알겠네.

저 벌레도 사람살이의 길을 가르쳐준다는 것을

명아주 수리취 화살나무 홋잎까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벌레도 먹고 있다는 것을

마치 길라잡이처럼 벌레가 먼저 먹고 있다는 것을

그동안 벌레가 먹은 잎은 벌레를 보듯 모두 버렸었다.

된장 속에서 맛있게 익은 깻잎도 벌레 자국이 있는 것은 먹지 않았다.

그러나 보라,산그늘 수풀 속에 숨어 있는 이름 모를 잎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벌레가 먼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김신용 '도장골 시편-벌레길'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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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 서 있는 정물(靜物)에게도 표정이 있다.

하물며 날마다 살아 움직이는 동물(動物)의 세상이랴.미물(微物)에게 배우는 삶의 섭리가 이토록 깊다.

산나물 잎에 난 벌레의 길은 곧 우리네 ‘사람살이의 지도’.보릿고개와 ‘구황의 세월’을 견디게 해준 힘이기도 하다.

자연과 우주를 아우르는 생명의 통로 또한 그곳에서 시작된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