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부담부 증여를 통한 증여세 탈루에 대한 집중 점검에 들어간 것은 이 같은 수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담부 증여는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부동산 증여 사례로 줄잡아 매년 수만명이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물려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세 중과 이후 세금회피를 위해 부담부 증여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데,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며 "부담부 증여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향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탈세

서울 서초구에 사는 오모씨(46)는 5억원짜리 아파트 명의를 아들(14) 앞으로 돌려 놓으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 2억원을 아들이 갚는 조건으로 하는 부담부 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집값에서 이 부분을 뺀 3억원에 대한 증여세(3960만원)만 낸 오씨는 대출 만기일이 다가오자 다른 부동산에서 대출을 받아 이를 갚았지만 국세청 조사에서 적발돼 5200만원의 탈루세금을 추가로 추징당했다.

강원 원주에 사는 최모씨 부부 역시 자신들이 공동 명의로 소유한 14억원 상당의 상가를 9억원만 받고 처분하면서,앞서 이를 담보로 아들이 은행에서 빌린 5억원을 매수자에게 갚도록 해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세무 당국의 정밀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져 결국 1억1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수법으로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는 행위에 대해 철퇴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자녀가 자신의 힘으로 대출 상환이나 보증금 반환이라는 '부담'을 질 능력도 없는데도 부담부 증여로 세금만 피해가는 사례를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부모가 대신 갚으면 증여세 내야

부담부 증여를 활용한 세금회피는 최근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고,최근 들어 종합부동산세마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집부자들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부담부 증여를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시중은행 PB(프라이빗 뱅킹) 등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다주택 보유 고객에게 '절세법'이라며 적극 권장할 정도로 널리 퍼져 있었다.

일부 부유층의 경우에는 보통의 증여로 처리했을 때의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돈을 PB센터를 통해 싼 이율로 빌린 뒤 자녀에게 부동산과 함께 채무를 넘겨 줘 증여세를 탈루하는 수법도 성행했다.

이에 대해 신웅식 국세청 재산세과장은 "2006년 말로 만기일이 도래한 부동산 담보대출건과 임대차 계약 체결로부터 5년이 지난 임대보증금 등이 이번 집중 점검의 대상이지만 앞으로 부동산 증여 과정에서 발생되는 모든 채무 내용을 전산으로 관리해 편법 상속·증여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대출금이나 전세보증금을 끼고 미리 자녀 명의로 아파트 명의를 돌려 놓는 방식의 '세테크'를 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막대한 가산세를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금 출처 조사 등에 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집값에 미칠 영향 촉각

집값이 많이 오른 서울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는 이번 세무조사로 집값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에서 증여된 부동산은 303건으로 전달(121건)보다 150% 늘었고,같은 기간 서초구의 증여 건수도 139%(110건→263건) 증가했다.

송파구를 포함한 강남 3개구의 지난해 4분기 증여 건수를 1년 전과 비교하면 40~65%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이번 조치가 '여전히 매물을 토해내고 있지 않은 강남권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카드'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제(稅制) 강화 이후에도 집을 팔지 않고 자녀 명의로 돌려 세금 부담을 줄여온 사람은 지난 한 해 동안만도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국세청은 추정했다.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게 된 4006명 중에는 추징당할 세금을 낼 돈이 없어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수세가 거의 없는 요즘 상황에서는 집값을 추가로 떨어뜨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 용어풀이 ]

◆부담부(負擔附)증여=대출금이나 전세금이 포함된 부동산 등을 증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뺀 나머지 금액만 증여한 것으로 간주돼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증여한 사람이 대출금이나 전세금을 대신 갚아줄 경우 해당금액 만큼 증여세를 탈루한 것이 돼 탈루세액 및 가산세를 추징당하는 등 처벌을 받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