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채로 승ㆍ하차 '이지무브'차량 눈길

접이식 발판 등 여성ㆍ유아 배려도 돋보여

서울 당산동에 사는 하성일씨(37)는 최근 오랜 고민거리 한 가지를 해결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만 하는 아버지를 좀 더 편안하게 모시고 이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씨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 이지무브 차량.일반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아버지가 휠체어에서 내린 뒤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뒷좌석에 타야 했지만 이제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아버지가 휠체어에 탄 채로 차에 오르고 내릴 수 있게 됐다.

혼다 CR-V를 타고 다니는 직장인 여성 박세현씨(36)는 다섯 살짜리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집으로 돌아올 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뒷좌석 중앙의 '슬라이딩 리어시트'에 딸을 태워 운전석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기면 정지신호에 걸릴 때마다 딸의 눈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여성 운전자가 증가하는 등 자동차 이용자가 다양해지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과 고령자 등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지무브 차량이다.

현재 시판 중인 이지무브 차량은 현대차의 승합차 스타렉스와 기아차의 중형 세단 로체,승합차 그랜드카니발 등이다.

스타렉스 이지무브는 휠체어를 탄 채로 차량 뒷좌석에 탈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차량 뒤쪽의 버튼을 누르고 슬로프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게끔 경사로가 설치된다.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가 차 안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경사로를 접고 안전고리로 휠체어를 차량 바닥에 고정시키면 된다.

로체와 그랜드카니발 이지무브는 '리프트 시트'라고 불리는 차량 뒷좌석이 문 밖으로 나와 사람을 태운 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게 돼 있다.

이들 이지무브 차량은 현재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주문 제작되고 있으며 가격은 동급의 일반 차량보다 1000만원가량 비싸다.

수입차 중에서는 렉서스 RX350에 이와 비슷한 '리프트업 시트' 장치가 있다.

도요타는 이미 1970년대부터 '모빌리티(mobility) 차량'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차량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2004년 11월 렉서스 RX 모빌리티가 첫선을 보였다.

여성 운전자를 배려한 차량도 많아졌다.

혼다 CR-V와 볼보 XC90은 뒷좌석 중앙부를 운전석 쪽으로 쉽게 끌어당길 수 있게 설계했다.

어린 자녀를 태우고 다니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장치다.

CR-V의 백미러 위에 설치된 '컨버세이션 미러'는 운전자가 뒷좌석에 앉은 어린 자녀의 행동을 보다 잘 살필 수 있도록 각도가 조절돼 있다.

이 밖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문을 열 때마다 작동하는 접이식 자동발판이 있어 여성을 비롯해 키가 작은 사람도 손쉽게 타고 내릴 수 있으며 캐딜락 SRX는 1열 좌석보다 2열 좌석을,2열 좌석보다 3열 좌석을 높게 만들어 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충분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