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자 대표는 23일 "일본 가전유통 업체인 로타리아키사와 가정용 5만대,업소용 1만대의 음식물 쓰레기처리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며 "다음 달부터 1년 내에 제품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출 규모는 약 700억원으로 루펜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500억원보다 훨씬 크다.
이 대표는 "로타리아키사는 '루펜'제품이 일본 제품에 비해 디자인과 성능,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공급계약을 제안하는 등 관심을 보여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루펜'이란 이 회사의 고유브랜드로 판매된다.
루펜리는 그동안 캐나다 일본 등에 1000대 미만의 물량을 수출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주부 이희자씨가 1999년 남편 성낙국 회장이 경영하는 환경업체인 삼오엔케이에서 음식물 쓰레기처리기사업을 시작한 이래 오랜 '살림 경험'을 제품에 반영해 기능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결과다.
이씨는 국물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에 맞는 처리방식을 고민하다 남는 음식을 냄새와 소음없이 건조시키는 '한국형' 제품을 개발했고 2003년 10월 루펜리를 설립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번에 수출되는 주요 품목인 '프리스탠드형' 가정용 음식물처리기인 '루펜LF-03Q'도 이 대표의 아이디어가 전폭적으로 반영된 제품이다.
이 대표는 "기존 제품은 싱크대 상판을 뚫거나 내부공간을 없애 붙박이로 설치해야 하고 건조시간이 너무 길어 불편했다"며 "가습기처럼 전원만 연결하면 어디서나 쓸 수 있고 건조시간을 대폭 줄인 제품 개발을 연구개발팀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난색을 표하는 개발진을 독려해 '싱크대 독립형'인 이 제품을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150도 이상의 열풍건조방식을 채택,기존에 8시간 이상 걸리던 건조시간(400g 기준)을 1시간30분으로 대폭 줄였다.
이 대표는 "싱크대 안에 설치되던 제품이 주방 생활공간으로 나오는 만큼 인테리어적 요소도 살려야 했다"며 "제품 디자인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경험을 살려 직접 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과 함께 다음 달 초 시중 판매 시장을 겨냥해 저렴하게 내놓는 신제품도 수출된다.
루펜리는 이 대표는 "일반 소비자시장은 50만~100만원대의 비싼 제품 가격 등으로 인해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며 "주부들이 구매 의사를 밝힌 20만원대 가격의 신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루펜리는 이번 수출 계약 등 급증하는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이달 초 생활가전 업체인 노비타와 생산위탁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는 "2004~2005년에는 실적이 미미했으나 지난해에는 그동안 수주한 건설회사의 '빌트인 가전'물량이 매출로 잡히면서 급성장했다"며 "올해는 수출 증가와 일반 소비자 시장 공략 등으로 매출이 1000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