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유럽의 시한폭탄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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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달 독일은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연금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영국 프랑스와 북유럽 등 이웃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연금제도 개혁은 평균 수명 연장과 고령화를 맞은 유럽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평균 수명이 2050년까지 여성은 현재의 80세에서 85세로,남성은 73.7세에서 80.5세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 동안 낳는 자녀의 수는 2명 이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민자들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유럽의 인구는 장기적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증가다. 현재는 노동인구(15~64세) 4명당 1명 꼴이지만 2050년에는 2명당 1명꼴로 늘 전망이다. 줄어드는 근로인구가 늘어나는 고령자들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근로층은 불어나는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거의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이는 유럽에서 이미 시작된 두뇌 유출을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뛰어난 인재들은 임금은 높고 세금은 낮은 유럽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경제가 이 같은 연금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이는 국가별 연금 정책뿐 아니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개인 연금 펀드의 운용과도 관련된 문제다. 이들이 투자를 많이 하는 유럽기업들은 줄어드는 노동인구와 높은 세금 구조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나 미국 등 성장여력이 충분한 곳으로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한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른 면이 많다. 대부분은 퇴직할 때가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아예 퇴직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다. 늘어나는 고령자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인들이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기를 꺼리는 게 문제다.
'생애 두 번째 경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고민 사항이다. 새로운 직업을 갖는 퇴직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높은 열정과 새로운 지식을 가진 젊은층을 희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나이와 경력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과 직위가 올라가는 조직 시스템은 점점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처럼 연금 개혁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전문가 보고서에서 근본적 대책이 나와도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지기가 무척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연금 문제라는 시한폭탄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다. 재난을 피하려면 여기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유럽연합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의 한스 마르텐스 대표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럽사회의 진정한 장애물'(The Real Threat to 'Social Europe')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달 독일은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높이기로 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연금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영국 프랑스와 북유럽 등 이웃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연금제도 개혁은 평균 수명 연장과 고령화를 맞은 유럽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평균 수명이 2050년까지 여성은 현재의 80세에서 85세로,남성은 73.7세에서 80.5세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 1명이 일생 동안 낳는 자녀의 수는 2명 이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민자들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 이상 유럽의 인구는 장기적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증가다. 현재는 노동인구(15~64세) 4명당 1명 꼴이지만 2050년에는 2명당 1명꼴로 늘 전망이다. 줄어드는 근로인구가 늘어나는 고령자들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근로층은 불어나는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 거의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 이는 유럽에서 이미 시작된 두뇌 유출을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뛰어난 인재들은 임금은 높고 세금은 낮은 유럽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 경제가 이 같은 연금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이는 국가별 연금 정책뿐 아니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개인 연금 펀드의 운용과도 관련된 문제다. 이들이 투자를 많이 하는 유럽기업들은 줄어드는 노동인구와 높은 세금 구조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나 미국 등 성장여력이 충분한 곳으로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하고 싶어한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른 면이 많다. 대부분은 퇴직할 때가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아예 퇴직을 앞당기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다. 늘어나는 고령자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인들이 구체적인 개선책을 내놓기를 꺼리는 게 문제다.
'생애 두 번째 경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고민 사항이다. 새로운 직업을 갖는 퇴직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높은 열정과 새로운 지식을 가진 젊은층을 희생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나이와 경력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과 직위가 올라가는 조직 시스템은 점점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처럼 연금 개혁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전문가 보고서에서 근본적 대책이 나와도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지기가 무척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연금 문제라는 시한폭탄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다. 재난을 피하려면 여기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정리=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이 글은 유럽연합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의 한스 마르텐스 대표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럽사회의 진정한 장애물'(The Real Threat to 'Social Europe')이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