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ㆍ소염진통제 함께 복용땐 위장장애

발기부전ㆍ협심증 치료제도 저혈압 쇼크 위험

[건강한 인생] 藥도 궁합 안맞으면 毒
현대인들은 약을 달고 산다.

머리나 배가 아파 일시적으로 약을 먹기도 하지만 50대 이후에는 각종 만성 질환 때문에 두 종류 이상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게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인간 관계처럼 약에도 '궁합'이 있다.

각각으로는 효과가 좋았더라도 같이 먹으면 '무용지약'이 되거나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약대 베리 카터 박사팀은 1377명의 고혈압 환자를 9개월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75%가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약효의 경감이나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 아스피린 vs 소염진통제

아스피린은 두통 치통 생리통 초기 감기 등의 치료 외에 최근 심장병 및 뇌졸중을 예방할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아스피린을 저용량으로 쓰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액을 묽게 만들기 때문에 심장병 뇌졸중을 방지한다.

그러나 관절염 치료에 주로 쓰이는 이부프로펜(부루펜)을 아스피린과 함께 복용하면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뉴욕 버펄로대학의 연구 결과 아스피린만 투여하면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가 72~96시간 지속됐다.

이와 달리 이부프로펜만 투여하거나 아스피린 복용 두 시간 후 이부프로펜을 투여할 경우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는 단지 4~6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이부프로펜에 의해 아스피린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9월 아스피린 복용 후 최소 30분이 지난 다음 또는 아스피린 복용 최소 8시간 전에 이부프로펜을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 등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위장 장애를 유발한다.

류머티스 환자가 이들 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면 위장 장애로 인한 입원율이 63%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이부프로펜 대신 아스피린의 혈소판응집 억제 효과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않는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 성분) 같은 '콕스-2저해제'를 사용할 수 있다.

◆ 경구용 당뇨병약 vs 종합비타민 또는 무좀 치료제

경구용 혈당 강하제는 대체적으로 종합 비타민과 함께 복용할 경우 혈당강하 작용이 감소한다.

종합 비타민제에 들어 있는 니코틴산이 혈당치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약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마릴'(글리메피리드 성분)은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식사 30분 전에 복용해야 한다.

심한 무좀시 복용하는 '푸루나졸'(플루코나졸 성분)은 설폰요소계 당뇨병 약(글리메피리드 글리벤클라미드 글리피지드 등)과 같이 복용할 경우 혈당을 과다하게 떨어뜨려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먹는 무좀약은 스타틴계 고지혈증 치료제(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와 같이 복용하면 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 발기부전 치료제 vs 협심증 치료제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와 협심증 치료제인 질산염 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된 나머지 저혈압 쇼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금지해야 한다.

특히 고령의 협심증 환자가 성행위를 하다 심장 발작이 났을 때 멋모르고 협심증 약을 복용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 철분제 vs 제산제

빈혈 여성은 철분제를 1~2개월 복용하면 혈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으로 올라가고 6개월 정도 복용하면 몸 속에 충분한 철분이 저장된다.

철분제는 공복에 흡수율이 가장 높으므로 식사 한 시간 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주의할 점은 공복에 철분제를 제산제와 같이 복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제산제에 함유된 마그네슘이 철분의 흡수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 골다공증 치료제 vs 칼슘 보충제

골다공증 치료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은 아침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약에 칼슘 보충제를 병용하면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적어도 30분의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윤방부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