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건강칼럼 : 어느 100세 소년의 삶과 꿈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장수 과학의 첨단 연구자'라는 주제의 국제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미국과 일본 학자는 주로 장수의 의학적 유전적 특성을 강조했고, 필자는 유전적 특성이 지역적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크게 영향받는다고 반박해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백미는 우리보다 앞서 20분간 특강한 일본의 한 '백세인(百歲人)'이었다.

만 101세인 쇼지 사브로 심리학 박사는 흥미롭게도 어린 시절 경주에서 보냈으며 근년엔 대구 지역 모 대학의 명예 대학원장도 지냈다.

더욱 놀라운 건 65세 때부터 한글을 배워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점이다.

쇼지 박사와 한국말로 대화하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또 95세에 중국어를 배워 지난해 창춘에서 중국말로 특별 강연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해 세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쇼지 박사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개발한 특별 운동프로그램을 보여줬다.

40cm 정도의 막대기에 빨강 노랑 초록의 테이프를 감아 '사브로'식 검도 체조 시범을 5분 동안 선보였다.

한 발로 서서 도는 동작은 완벽한 균형 감각을 보여줬다.

막대기를 허리와 등 뒤로 돌리며 두 손으로 맞잡는 동작은 유연성이 탁월함을 입증했다.

학술 행사 후 이어진 연회에서는 젊은 학자들이 같은 동작을 흉내 내다 "아이고 허리야" 하며 나자빠졌다.

쇼지는 자신을 '100세 소년(100 year boy)'이라고 표현했다.

나이만 100세이지 아직 젊은 사람임을 강조했다.

항상 새롭게 배우고 자신을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어릴 적 몸이 너무나 약하고 말도 더듬어 친구들에게 항상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학창 시절 영어 선생님이 '항상 앞서라'고 가르친 데 감명받아 이후 자기 개혁을 시작했고 지금은 건강하고 밝게 살고 있다.

쇼지 박사는 자신의 건강 비결은 밥 먹을 때 30회 이상 꼭꼭 씹어 먹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헤아려 보니 아침식사 때 1200회, 점심에 1000회, 저녁식사에 1600회를 씹는다고 했다.

소년 시절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할 때 어머니가 꼭꼭 씹어 먹으라고 일러 주신 가르침을 지금까지 따른다고 했다.

최근 연구에서 씹는 운동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내 '해마(hippocampus)' 부위의 신경 활동을 크게 강화해 주며 이런 효과는 노인에게서 더욱 현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인지 능력이 좋으면 장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

쇼지 박사는 인간의 의지가 성공과 장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특히 100세가 넘는 나이에도 소년 시절 선생님과 어머니의 가르침을 아직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생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