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準亨 < 서울대 교수·공법학 >

최근 정부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 5년간 5만1223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임기 마지막인 올해에도 1만2317명의 공무원을 늘릴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이 시행되면,지난 4년간 증원한 중앙공무원 4만8499명에 더해 무려 6만여명을 증원하는 셈이다.

일부 언론은 '공무원이 늘면 규제도 는다'는 '공생의 악순환'을 거론하며 정부의 증원계획을 규제개혁이란 시대적 당위(當爲)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몰아쳤다. 흔히들 규제의 방망이를 휘두르며 거기서 존재이유를 찾는 공무원들이 있는 한 규제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말을 한다. 그러니 아예 규제에 붙어먹고 확대재생산하기까지 하는 공무원을 줄여야 확실히 규제를 없앨 수 있고 또 새로이 규제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증원이 반드시 규제의 증가로 이어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설사 통계적으로 공무원 수의 증가와 규제의 양(量)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공무원이 늘면 규제도 는다고 하려면 많은 조건과 전제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교사들을 증원하거나 소방직 공무원을 증원한다고 해서 규제가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경제규제나 환경규제 등 전형적인 규제행정 분야 또는 규제적 속성을 가진 업무가 많은 분야에 공무원이 는다면 그 결과 규제의 증가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 공무원들이 공연히 쓸데없이 갖은 규제를 만들어 내거나 강화시킨다는 전제 또는 기존의 규제 메커니즘을 과도하게 남용하려는 성향을 가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적은 인원으로 기존의 규제 메커니즘을 작동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한 유휴인력을 대민(對民) 서비스 등 다른 비규제적 분야에 투입할 수 있으므로 증원이 절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요즘이 어느 때인가. 공무원 증원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방재(防災) 요원이 부족해 피해가 커지거나 공무원이 희생되는 일이라도 생기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사실 소방서나 교도소,학교,사회복지시설 등 정부의 증원계획과는 상관없이 인력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물론 공무원 증원이나 규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자체는 정당성을 가진다. 파킨슨의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부 조직이나 인력은 계속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정부혁신은 이런 저런 이유로 조직과 인력을 늘리려는 시도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 군살이 많고 안 해도 좋을 일을 하는 곳이 많다. 증원한다면 일단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여론의 감시라도 없다면 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을 게 아닌가.

그렇지만,앞뒤를 가리지 않고 공무원 증원 자체가 규제의 증가를 가져온다며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결코 정론(正論)의 태도라 할 수 없다. 공무원 증원과 규제개혁은 서로 무관하지만은 않지만 별개의 문제다. 2011년까지 5년간 분야별 증원 내역을 보면,사회복지나 안전관리,교육문화 분야의 증원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2007년 증원도 전·의경 인력 대체 같은 불가피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물론 그런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이 꼭 공무원이어야 하는지는 재검토해 봐야겠지만,향후 정부의 역할 변화에 부합되는 방향이라고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조직이나 인원을 싹둑 잘라낸다고 해서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다시 싹이 나고 잎이 생기고 줄기가 뻗게 마련이다. '싹둑 잘라내기' 식의 접근은 얼핏 과감하고 단호해 보이지만,정작 필요한 곳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주지 못하는 한 어리석고 무책임하다. 과거 정부개혁의 경험에서 얻은 하나의,그러나 귀중한 교훈이다. 정부가 또다시 인원이나 늘리려 한다고 호각을 불기보다는 불요불급한 기능을 폐지하고 꼭 필요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이 어느 분야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이야기할 때다. 국민이 정작 알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