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이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요?" "세계 1,2위 스포츠 선수를 한국에서 대결시키지."(현대카드 슈퍼매치) "카드회사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도 내고."('ZAGAT SURVEY' 한국어판 출간) "카드회사라며?" "헬기도 몰고,캠핑카도 몰고,요트도 몰고."(프리비아 헬기,요트,캠핑카서비스) "아빠,카드회사 다니는 거 맞아?" "글쎄다.아빠도 가끔 헷갈려서."

종합상사의 업무 내용을 듣는 듯한 이 광고는 최근 화제를 불러모은 현대카드의 '블록놀이' 편 일부분이다.

이번 광고는 현대카드가 고객 만족을 위해 실시하는 각종 차별화된 활동을 아빠와 딸의 다소 엉뚱한 대화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해 'Believe it,or no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단숨에 업계 정상권에 도약한 자신감을 광고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광고업계에는 고객사의 업종에 따라 유지해야 할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특정 업종과 관련해 일정 정도의 틀을 깨서는 안되는 금기사항이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전자업종은 첨단기술을,건설업은 편안함을,식음료업은 맛을,금융업종은 신뢰성을 기본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생각의 틀을 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파격은 그만큼의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카드 광고 시리즈는 '틀 깨기'를 시도한 대표적인 예라는 평가다.

'현대카드 M' 편에서는 아이를 가진 남자 임신부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남성까지 파격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보수적인 금융권 광고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전라의 아담과 이브 모습도 '현대카드 M Lady' 광고에서 시도됐다.

'참 다른 광고'라는 평가가 잇따르면서 동종 카드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광고대행사 TBWA코리아 김경태 차장은 "틀을 깨야 한다는 생각에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 지나가는 강아지나 장난감을 봐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며 30대 중반에 머리가 희끗해진 이유를 털어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