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시험인 토플(TOEFL)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서 영어 시험 전체를 '국산'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서 인정받으려면 영어권 국가가 만든 지명도 높은 시험에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 온라인 영어교육업체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YBM시사닷컴의 정영삼 대표(57·사진)는 토플대란 이후 진행되고 있는 '영어시험 국수주의' 움직임에 대해 "토플대란을 국산시험 대 외산시험의 구도로 끌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정 대표의 말처럼 최근 교육계에서는 일본의 STEP(실용영어검증시험),중국의 CET(대학영어테스트),대만의 GEPT(영어종합능력테스트)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도 토플과 토익을 대체할 만한 국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는 "일본은 자체 시험인 STEP으로 영어 실력을 평가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재를 선발해 해외로 내보냈다"며 "하지만 자체 시험인 STEP으로 선발한 인재들의 영어 실력이 수준 이하인 데다 해외에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자 미국 ETS에 의뢰해 현재 한국에서도 널리 치러지고 있는 토익(TOEIC)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지론은 영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가 형성된 만큼 영어시험은 국제 표준을 따를 필요가 있다는 것.그는 "한국의 대학생이 GE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기업에 원서를 낼 때 한국 영어시험 성적을 낼 수 있겠느냐"며 "영어시험만큼은 한국이 영어 사용 국가가 아닌 이상 국산화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 직원의 영어 능력을 평가할 때도 글로벌 시험성적을 반영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영어시험과 관련해서 그는 "무턱대고 토종 시험만 보게 하면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2개 이상의 시험에 매달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한국의 정부나 교육기관이 미국이나 영국의 시험기관에 의뢰해 한국인의 시험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폈다.

외국의 시험이 한국 테스트 시장을 장악하면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까지 타결지은 마당에 국부 유출을 운운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YBM시사닷컴이 30여곳에 달하는 일본 대학에 토익 교육 프로그램을 수출하고 중국 베트남 등에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 운영권을 딴 것이 증명하듯 한국 기업이 외국 시험과 관련해 응용 상품을 판매하면 얼마든지 한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