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벤처캐피털리스트(벤처펀드매니저)들이 3억원 이상만 있으면 유한책임회사(LLC)형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하고 창투조합을 결성해 벤처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능력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기존 주식회사 형태의 창투사에서 독립해 전문적으로 펀드를 결성,책임성을 바탕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선진국형 LLC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24일 LLC형 창투사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벤처캐피털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중기청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LLC를 만들어 300억원 이상의 창투조합을 결성하면 해당 LLC를 창투사로 인정해 세제 지원,모태펀드 출자 우대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단 LLC형 창투사가 되려면 창투조합에 1% 이상 출자할 수 있는 자본금 규모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LLC형 창투사를 만들려면 최소 3억원의 자본금은 있어야 한다.

또 LLC의 대표 펀드매니저와 일반 펀드매니저는 벤처투자 경력이 각각 5년과 3년 이상 돼야 하고 기존 창투사 설립요건처럼 3인 이상의 인력을 둬야한다.

중기청은 현재 LLC의 설립 근거가 마련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이 같은 내용으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개정,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는 각종 정책적 혜택을 받는 창투조합은 자본금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형태의 창투사만 결성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LLC형 창투사의 주주로서 펀드를 잘 운용하면 기존 창투사 직원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LLC에는 법인세 면제 혜택도 주어진다.

LLC형 창투사는 창투조합과 '운명'을 같이하고 펀드 성과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 관리의 책임성이 강화된다.

이현재 중기청장은 "현재 구조는 창투사 주주와 창투조합 출자자와의 이해가 다른 데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창투사를 그만두면 창투조합 운용 매니저도 바뀌게 돼 책임 투자 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한 LLC형 벤처캐피털은 미국 등에서 일반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LLC형 벤처캐피털이 활성화되면 벤처 투자 시스템과 펀드 운용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선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청은 이를 위해 LLC형 창투사가 결성하는 창투조합에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50%(현재 30%)까지 높여주는 등 우대하는 방식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기존 주식회사형과 LLC형 창투사 비율을 50 대 50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문제는 대형 창투사들도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힘든 상황에서 몇몇 펀드매니저들만으로는 펀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는 역사가 짧아 증권시장의 '박현주'와 같은 스타 펀드매니저가 드물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이사는 "제도가 도입되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LLC 설립을 목표로 우수한 투자 기록을 쌓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당장은 펀딩 부담 때문에 소속 창투사를 나와 LLC를 만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