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송유관 절도가 크게 늘고 있다.

송유관을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는 2003년에 한 건도 없었던 송유관 절도가 2004년 1건,2005년 3건,2006년 15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는 벌써 11건에 이른다고 25일 밝혔다.

실제로 이날 오전 1시께도 울산에서 기름절도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울산시 남구 여천동 여천위생처리장 앞 여천천 위에 설치된 울산에서 대구 간 연장 90km,직경 30cm 대형 송유관에 지름 1.5cm가량의 구멍이 나 경유 수백ℓ가 유출되면서 인근 여천천과 울산항 앞바다를 크게 오염시켰다.

경찰은 구멍이 난 송유관 옆에 관을 뚫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드릴과 곡괭이,호미 등이 있었던 점으로 미뤄 절도단이 송유관에 구멍을 내는 순간 고압으로 이동하는 기름이 갑자기 솟구치자 겁을 먹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송유관은 SK㈜ 울산공장에서 대구의 SK 물류센터까지 연결되는 송유관 중 일부로 대부분의 구간은 지하 2m에 매설돼 있지만 하천을 통과할 경우 하천 상부에 설치돼 외부로 드러나면서 기름 절도단의 표적이 돼왔다.

앞서 지난 4일 대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모씨(35·무직) 등 6명은 이날 오후 11시께 경북 경산시 진량읍 신상리 한 식당 뒤에 매설된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유압 호스로 2만~3만ℓ의 휘발유를 빼내는 등 지금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경산과 김천,칠곡 일대에서 모두 150만ℓ(시가 23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자체 송유관만 1000km가 넘는 데다 절도범들이 송유관공사 내부사정까지 꿰뚫고 있어 완벽한 감시가 어렵다"며 "적발되더라도 실제 형기는 집행유예나 징역 2,3년에 불과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