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업투자회사들의 일반 제조업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정보기술(IT) 투자를 앞질렀다.

벤처캐피털협회가 25일 발표한 '2007년 1분기 벤처캐피털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창투사들의 업종별 투자 비중에서 일반제조업이 34.1%로 IT(29.4%)보다 높게 나타났다.

김형수 벤처캐피털협회 이사는 "분기 집계이긴 하지만 투자 비중에서 일반제조업이 IT보다 앞선 것은 처음"이라며 "IT 투자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창투사들의 IT 투자 비중은 2003년 49.7%에서 지난해 38.2%까지 하락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29.4%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정성인 프리미어벤처파트너스 대표는 "IT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데다 단말기나 통신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트렌드가 나타나지 않아 유망한 IT벤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IT분야의 투자메리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섭 KTB네트워크 대표는 "재원적인 측면에서는 정보통신부의 신규 IT펀드 결성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라며 "소프트웨어쪽은 그나마 투자가 유지되고 있으나 창투사들의 주요 투자부문이던 부품 장비 등 IT하드웨어쪽은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B가 올해 신규 투자한 180여억원 가운데 IT부품업종은 10억원(1건)에 그쳤다.

반면 일반제조업 비중은 2003년 18.8%에서 지난해 21.5%로 상승한 뒤 올 들어 30%를 넘어섰다.

정 대표는 "조선업 등의 호황으로 전통 기계업종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일반제조업 분야에서도 신규 설비 증설이나 공장 설립 시 은행 대출보다는 투자 유치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스람임플란트가 창투사에 1000%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대박을 터뜨린 이후 의료기기나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도 제조업 비중이 급증한 원인이다.

고정석 벤처캐피털협회장은 "창투사들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IT산업보다는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 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