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제조업 생산이 4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0.8%)을 기록하고 실질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손실이 커지면서 1분기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0.7% 하락했다.

민간소비가 늘고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였는 데도 경제성장률 회복이 지지부진하고 체감경기가 냉랭한 이유다.

한국은행은 기업들의 재고조정 과정에서 제조업 생산이 저조했지만 2분기부터 제조업 생산이 되살아나 연간 4.4%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경기바닥 가능성

1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4.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추가적인 경기둔화 가능성보다 "1분기에 경기저점을 통과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1분기 민간소비는 1.3% 증가해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기업들의 연초 조기집행 등 영향으로 4.0% 늘어나 2005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건설투자도 신도시 건설 등이 본격화되면서 1.2%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등 정보기술(IT)산업이 부진했던 탓에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이광준 한국은행 조사통계국장은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으로 2분기부터는 생산이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비스업은 운수창고와 통신업 금융보험업 등의 증가세가 확대되며 1.2% 늘어났다.


◆체감경기 회복은 하반기쯤

교역조건 악화로 1분기 GDI 증가율은 0.7% 감소했다.

GDI 감소세는 전분기 유가하락과 반도체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돼 GDI가 2.6%나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1분기 GDI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4% 늘어났다.

한은은 올해 전체적으로는 GDI가 작년 대비 3.5~3.6%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 교역조건이 향상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을 종합해 보면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하반기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고용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자영업 중심의 구조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피부로 느낄 만큼 경기가 좋아지진 않았다"며 "경기가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하반기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가시화되면 체감경기도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대외변수 등이 관건

전문가들도 대체로 경기흐름이 지난 1분기 바닥을 다진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가 많은 데다 고용시장에서 취업자 증가가 더디기 때문에 소비나 내수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중국의 긴축 가능성 등 대외적인 시장불안 요인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1분기 수출이 통관 기준으로 14% 증가했지만 각종 대외적인 변수로 인해 하반기엔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가 1분기 저점으로 살아나는 추세를 보이겠지만 회복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