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3'는 올 여름 극장가에 처음 선보이는 할리우드의 메카톤급 블록버스터다.

3억달러(2850억원)의 순제작비를 들여 '슈퍼맨 리턴즈'(2억5000만달러)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화제작.

순제작비 41억7000만원인 '왕의 남자'를 70편가량 만들 수 있는 돈을 '쏟아부은' 컴퓨터 그래픽은 그야말로 현란하다.

그래픽인지 아니면 실사인지 분간조차 힘들 정도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장면에도 200∼4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고 하니 스케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는 '블랙 슈트'를 입고 한층 강해진 스파이더맨과 적들이 벌이는 액션을 보여주는데 모든 것을 집중한다.

당연히 등장하는 적들도 만만치 않다.

신형 글라이더를 타는 '뉴 고블린',모래를 조종하는 '샌드맨',스파이더맨의 '사촌뻘'로 보이는 최강의 악당 '베놈'….

그러나 이들의 갈등 구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선적이다.

뉴 고블린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스파이더맨을 노린다.

베놈은 스파이더맨 때문에 직장과 애인을 잃었다.

샌드맨은 스파이더맨의 삼촌을 죽인 원수.애초부터 '피터지게' 싸울 이유만 있으면 충분했기 때문에 대의나 명분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결 구도를 위해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를 너무 많이 변화시킨 것도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원래 스파이더맨의 친구였던 뉴 고블린은 원수로 나왔다가 잠시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다시 원수가 되고 마지막에는 또 친구로 돌변한다.

스파이더맨을 심하게 두들기던 샌드맨이 느닷없이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목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연상시키는 삼각 관계 등 대결 외에 다른 스토리 라인들은 '메인 경기'를 보기 전에 잠시 눈을 쉬게 해주는 '광고'처럼 느껴진다.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파이더맨의 고민도 그리 심각하게 와닿지 않는다.

최후의 일전을 위해 출동하는 '영웅' 스파이더맨의 등 뒤로 성조기가 '클로즈 업'되는 장면은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더 많이 몰려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떠올리게 한다.

한 벌에 3만달러 짜리 의상을 입은 스파이더맨3가 전세계에서 제일 먼저 국내 개봉되는 게 꼭 반갑지만은 않다.

5월1일 개봉.12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