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의 전문성 제고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교원평가제'의 법적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100여 일째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3년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친 교원평가제는 올해 법제화를 통해 내년 전면 도입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육위의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에도 법제화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원단체 등이 찬성의원들에게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해규 의원(교육위 한나라당 간사)은 "아무래도 이번 4월 통과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원평가제의 조속한 법제화를 주장하는 학부모단체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찬성 시민단체에는 법안 통과에 미온적인 교육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비난하는 항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는 "교육위 의원들이 총선을 의식해 몸사리기에 나섰다"며 "이는 제도가 하루빨리 법제화돼 내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길 바라는 전국 80%의 학부모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법이 사립학교법·로스쿨법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실제 교원평가제를 시범 운영 중인 506개 초·중·고교에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 결과 지난해 시범 운영 학교 교사의 73.9%가 "자기 수업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학생·학부모의 요구 사항을 알 수 있는 유익한 자기 성찰의 기회였다"고 답했다.

정정태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수업을 동영상으로 찍어 동료와 학부모에게 공개하면 평소 자기 수업을 볼 일이 없었던 교사들이 자기 수업을 되돌아 볼 수 있어 학습법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평가제 도입에 반대 입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입법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평가 방법을 보다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대섭 교총 대변인은 "대학 입학이 최대 목표인 한국의 교육 풍토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명문대 입학률일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 설문조사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들은 "졸속 법안이란 표면적 이유보다 향후 제도가 정착되면 평가 내용이 인사고과에 반영돼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 큰 반대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안과는 별도로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내놓은 법안도 있다.

이른바 '이주호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평가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토록 하는 정부안보다 강력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평가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이 의원)는 취지다.

법안 통과를 강력히 지지하는 유기홍 의원(교육위 열린우리당 간사)은 "현재 검토되고 있는 법안들은 큰 차이가 없다"며 "정부안이든,이주호 법안이든 표결을 통한 병합심리로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선 등 정치권 지각 변동으로 교원평가제 도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