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참패로 한나라당에 예상했던 대로 후폭풍이 몰아쳤다.

임명직 당직자들에 이어 선출직 최고위원들이 잇달아 사퇴했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론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이 내홍 양상을 보였다.

26일 열린 의원 총회에선 총사퇴 문제를 포함해 당의 진로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책임질 사람은 져야"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이끌었던 강창희 최고위원은 26일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전여옥 최고위원도 사퇴 대열에 합류했다.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물러남에 따라 서열 1위인 강재섭 대표와 2위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는 전형적인 한나라당 대 반(反) 한나라당의 대결구도로 치러진 선거였고 우리는 참패하고 말았다"며 "당연히 책임질 사람은 지는 것이 공당의 도리"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책임져야 할 때 책임져야 지도자"라며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과분한 선택을 받아 지도부라는 직책을 받았으나 이번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재보선 전문당'이란 언론의 조롱 섞인 표현에도 저는 언젠가 '대선 전문당'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일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 재·보선 결과는 치열함과 헌신이 모자랐다"고 실토했다.


◆'자성''사퇴론' 혼재


강 대표는 의원 총회에서 "국민이 매섭게 쳐준 매는 사랑의 매"라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단합해 정권 교체의 길로 새 출발하자.자승자박하거나 자해하지 말자"고 수습에 나섰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히 맞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받들지 않으면 대업을 이룰 수 없다는 경고를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퇴론도 거세게 일었다.

홍준표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최고지도부가 그동안 대선주자들 눈치만 봤다.

지도만 잘못한 게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부패혐의를 받고 있다"며 "도덕성을 내세워 더 이상 당을 이끌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상황이 엄중한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현 지도부에 대한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총사퇴론에 힘을 보탰다.

당 쇄신 및 대선전략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는 주문도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당직 개편이 최상의 카드처럼 나오는데 겉모습만 바꾸는 걸로는 안된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고,남 의원은 "국민중심당 및 민주당과 손을 잡는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도 생각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