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주가지수 선물시세를 조종해 부당이득을 얻는 불공정거래가 적발돼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세계 최대인 한국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를 제치고 한 명의 개인투자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으로 불리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건의 내막을 뜯어 보면 수법이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년간 거래대금은 무려 280조원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40대 전문투자자로 자영업자다.

동원한 자금은 3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은 2005년 8월부터 1년 동안 그의 거래대금은 총 280조원에 달했다.

보통 증거금 15%만 걸고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규모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영향력이 큰 장 종반과 초반을 피해 한산할 때를 이용,1분봉 차트를 조종하는 수법을 썼다.

대규모 매도포지션을 취한 뒤 하한가에 매수 주문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왜곡하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가든,선물이든 시세를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게 쉽기 때문에 매도포지션만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물 큰손은 증권사의 최고 VIP

이처럼 대규모 선물투자에 나서는 전업투자자는 수십명 정도로 알려진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들을 모시기 위해 사무실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준다.

대량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입이 만만치 않아서다.

거래가 워낙 많다 보니 이들은 대부분 협의수수료를 낸다.

많게는 월 5000만원까지 월정 수수료를 내고 무제한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증권사 지점이나 본사에서 제공하는 매매시스템이 완비된 사무실에서 주문을 낼 오퍼레이터를 여러 명 고용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매매한다.

또 대부분 2개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매매하게 되는데 한 곳이 다운돼 거래가 중단될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진짜 고수도 있지만 한탕을 노린 아마추어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 30대 투자자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500억원을 느낌만으로 과감하게 선물에 풀베팅한 뒤 한 달 만에 절반을 날리고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꿈과 좌절이 교차하는 선물시장

선물시장은 무수한 고수들의 좌절과 희망이 교차하는 곳이다.

성공스토리가 알려지고 있지만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1년여 전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고발된 40대 중반 S씨다.

M증권 출신의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고수였지만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SK텔레콤 주가를 상한가로 끌며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0년 동안 딱 한번의 동남아 여행이 휴식의 전부일 정도로 열정적으로 투자했고 결국 골프장까지 인수했지만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투자자 윤강로 회장도 여러 사정으로 투자 현장을 떠났다.

한때 1300억원까지 늘었던 재산도 5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남권에서 유일하게 고급 스포츠카 '마이바흐'를 갖고 있다는 전주 출신 개인투자자도 유명세를 탔다.

그는 오랫동안 투자하다 쪽박을 찬 뒤 6개월간 선물을 공부해 대박을 터뜨렸다.

고수들끼리는 알음알음 어울리지만 완전히 독학으로 성공한 케이스로 불린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