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돈을 걷어서 쓰는 조직이다.

걷는 부분은 세입,그리고 쓰는 부분은 세출이다.

정부는 돈을 걷는 과정에서도 경제적 유인체계를 변화시키는 등 많은 영향을 주고 돈을 쓰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경제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실로 엄청나다.

과거 상대적으로 작았던 정부의 비중이 이처럼 커진 데에는 재정의 경기조절기능 내지는 총수요 관리기능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케인즈 경제학이 큰 역할을 하였다.

뉴딜로 대표되는 대형국책사업이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면서 대공황의 그림자는 말끔히 씻겨나갔고 그로부터 재정정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소위 미세조정(fine tuning)의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정부정책이 경기흐름의 세밀한 부분까지도 조절가능하다는 논리까지 제시되었다.

또한 재정집행에는 소위 자동적 조절장치까지 부여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업률이 낮은 호황국면에서는 소득이 늘어나서 고용보험료도 잘 걷히고 누진세제에 의한 개인소득세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게다가 법인들의 이익 규모도 늘어나므로 법인세까지 늘어나서 이래저래 세입규모는 왕창 늘어난다.

이처럼 호황국면에서 정부가 걷는 돈이 증가하면서 경기의 체감온도는 조금 덜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불황국면에서는 실업률이 늘어나면서 실업급여가 대량으로 지급되고 이 돈이 지출되면서 돈이 풀린다.

게다가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든 바람에 정부가 돈을 덜 걷게 되므로 이 덕분에 민간이 느끼는 경기의 체감온도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다.

체감경기가 호황 시 덜 오르고 불황 시 덜 하락하도록 하는 기능이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인데 바로 실업급여 누진소득세 법인세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조절이 좋은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지적되기 시작하였다.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재정지출 증가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

국채가격하락은 곧 금리상승을 의미하므로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또한 채권시장에서 민간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보다는 정부발행 국채가 더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환영받기 때문에 국채발행은 회사채 수요를 상대적으로 감소시킨다.

이래저래 민간 투자수요가 위축되는 것이며 정부재정지출이 민간투자를 쫓아내는(=구축(驅逐))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

그 이외에도 정부재정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상당하다.

주목할 만한 주장은 정치 행정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시도한 공공선택이론이다.

이 중 중요한 이론가인 니스카넨 교수는 관료는 예산 극대화를 도모하는 주체라고 지적하였다.소비자는 효용을,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비해 관료는 자신의 책임 하에 집행되는 예산을 늘리고 자신의 지휘 하에 움직이는 조직규모를 자꾸 확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관료는 예산규모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재원 조달비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게 되므로 한계편익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면 돈을 쓰게 된다.

결국 한계편익이 제로가 될 때까지 공공 서비스가 공급이 되므로 과잉공급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돈을 벌어서 쓰는 것이 아닌 걷어서 쓰는 조직이 가진 비효율이다.

사용할 명분만 있으면 예산을 쓰게 된다는 얘기이고 이것이 바로 공공부문에 의한 재원 집행이 가진 가장 근본적 문제점이 된다.

그뿐 아니다.

시간지연 효과 또한 재정정책의 한계점으로 지적가능하다.

우선 경기위축 등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현상을 인식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인식 지연).그리고 이 상황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시점까지 시간이 걸린다(행정 지연).마지막으로 이 정책이 시행된 후 정책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정책 지연).이처럼 여러 단계에서 지연효과가 발생하므로 정책효과가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정책자체가 필요 없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지연효과로 인한 재정정책의 한계성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공부문이 가진 비효율에 주목하고 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절실하다.

공공부문도 공공서비스를 창출하는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비용최소화의 원칙을 통해 벌어서 쓰는 사적조직의 원리를 최대한 도입해야 한다.

또한 공공서비스일지라도 서비스의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하도록 유도하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최대한도로 도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참여정부 하에서 공공부문은 엄청나게 팽창하였다.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세입이 늘어나는데도 재정적자는 자꾸 늘어나고 있다.

이 바람에 국가부채규모가 300조원에 육박하는데도 정부는 '비전 2030' 등을 거론하며 자꾸 공공부문의 크기와 비중을 늘려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08년도 재정규모는 250조원이 넘고 이로 인해 적자도 늘어나서 1999년 이후 줄어들었던 적자국채발행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직급이 낮아도 좋으니 공무원이 되겠다고 기를 쓰며 공부하는 현상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공 부문의 팽창으로 인해 발생하는 명시적 비용과 아울러 눈에 잘 안 보이는 비효율,즉 암묵적 비용까지 고려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