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은 'Future Treasure Achievement'다. 물론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대체로 FTA는 미래의 보물을 획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한.미 FTA협상 타결 이틀 전인 3월30일(현지시간) 우리 손으로 만든 차세대 이동통신인 와이브로(휴대인터넷)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 인근에서 첫 시험전파를 날렸다. 워싱턴의 이 곳 저 곳을 이동하면서 인터넷으로 이효리 뮤직 비디오도 보고,CD 1장짜리 영화 1편을 2분45초 만에 내려 받았다는 것이 실험팀의 전언(傳言)이다. 국산 와이브로가 인터넷의 본고장 미국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순간이었다.

이와 같은 와이브로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처럼 한.미 FTA는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의 미국 진출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주었다. 시장의 제도적 진입장벽을 우려할 것 없이 기술과 실력만 있으면 약 359조원(2006년 기준,정보통신부 추산)가량의 미국 통신시장을 마음껏 뚫을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미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이동통신회사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힐리오'처럼 한국 사업자들의 시장 진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와이브로 하나만 해도 내년부터 3년간 단말기 공급으로만 2조~3조원대의 매출이 기대된다. 또한 미국이 한국의 휴대인터넷 기술을 채택했다는 입소문 효과에 따라 전 세계에서 와이브로 보급이 본격화하면 2012년까지 생산 유발 효과가 33조원,고용 효과는 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 정보통신부는 통신서비스,정보기술(IT) 상품,우정사업(우체국금융.특급배달서비스),지식재산권,전자상거래 등 5개 분야에 참여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효과는 IT 상품의 미국 진출이다. 이번 협상 결과 모든 IT 품목이 무관세화되므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 일본 대만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디지털 TV,PDP,LCD 등의 상품이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소프트웨어 부문이 아직 취약하지만,쟁쟁한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IT는 우리 수출 비중의 40%를 넘어섰다. 우리 IT 상품들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못하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중국과 일본 등의 추격 역시 매섭지만 우리가 먹고 살 길은 역시 IT를 주축으로 한 다른 산업과의 컨버전스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