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40대를 넘어서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20대에 비해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자주 피로를 느끼고 우울해지며 성욕은 저하되고 근력이 달린다.

이를 남성갱년기 증후군이라 하는데 의학적으로는 '남성호르몬부족증'이 적합한 용어다.

여성의 폐경 후 증후군은 일찍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에 반해 남성갱년기 증후군은 이제서야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폐경증후군의 전부가 여성호르몬 감소에서 출발하듯 남성갱년기도 100%가 남성호르몬 부족으로부터 초래된다.

물론 과음 흡연 스트레스 영양상태 비만 계절적요인(가을 겨울) 만성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간질환) 등이 남성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부수적인 것이고,나이 먹어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게 남성갱년기의 핵심 원인이다.

인체 조직은 크게 활력을 불어넣는 근육과 뼈,반대로 활력을 떨어뜨리는 지방으로 나눌 수 있다.

40대 이후 점차 기력이 쇠하는 것은 다름아닌 근육과 뼈의 양은 줄어드는데 지방의 양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40대가 넘어서면 성기능은 약화되고 마음이 위축돼 점차 소심한 사람이 돼간다.

이게 다 남성호르몬 감소 탓이다.

이런 증후군들은 불편한 증상에 그치지 않고 치사율 상승(수명단축)으로 이어지므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성의 치사율을 높이는 것으로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 '뇌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이다.

중년 이후에 대사증후군 발생이 늘면 혈관에 약화,염증,폐쇄 등의 합병증이 증가할 것이고 결국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60∼70대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대의 20배에 달한다.

나이 들어 남성호르몬이 점차 감소하는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남성호르몬 변화가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핀랜드 연구'에 따르면 11년간 동일인 집단을 추적조사한 결과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대표적 남성호르몬·정상치는 12nmol/L 이상)이 11nmol/L 이하로 낮을 확률은 대사증후군 환자가 대사증후군이 없는 사람보다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증후군이 없다가 11년 후 대사증후군이 생긴 사람들은 총 테스토스테론이 6.4 nmol/L 이상 감소했다.

반면 대사증후군이 있었다가 치료돼 11년 후 없어진 사람은 총 테스토스테론에 변화가 없었다.

이는 대사증후군의 발병과 남성호르몬의 대폭 감소는 깊은 연관이 있고 생명의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 남성 노인연구'에 따르면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하위 25%인 남자들을 11년간 추적조사했더니 11년 후 대사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은 2.28배,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2.3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태생적으로 젊었을 때부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는 뜻이다.

남성갱년기를 이기는 확실한 해결책은 단순하게도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주사제나 바르는 겔,패취제 등으로 보충해주는 것이다.

모든 운동선수가 도핑테스트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남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투여했는지 가려내기 위험이다.

그만큼 갱년기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는 것은 근력 강화와 활력 증진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남성호르몬 보충은 성기능 향상과 심리적 자신감 고취라는 선물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아무에게나 투여하는 것은 아니다.

성욕이 떨어지고 자주 피곤을 느낀다고 해서 맞는 게 아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치가 낮게 측정되고 환자의 증상이 전형적인 갱년기 증후군과 일치할 때 투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웅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남성갱년기 치료제는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한 제품들로 먹는 약,바르는 겔 제제,주사제 등이 있다.

종류에 상관없이 테스토스테론은 간독성(간암)을 일으키고 전립선암 고환암 전립선비대증 수면무호흡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체내 수분잔류,적혈구 증가증,혈관폐색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정해진 용량과 기간에 맞게 써야 한다.

먹는 약은 간독성이 가장 크고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가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는다.

지용성으로 개발된 경구제는 기존 먹는 약보다 간독성이 줄었고 혈중 테스토스테론치를 더 많이 올리도록 개량됐다.

바르는 겔 제제는 어깨 팔 복부에 하루 한번 바르는 것으로 매일 일정 시간에 맞춰 사용한다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피부자극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주사제는 치료효과가 가장 뚜렷하다.

최근 3개월마다 한 번씩 근육주사하면 혈중 토스테론 농도가 안정하게 유지되는 제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과거 3주마다 맞는 주사제는 주사 직후와 직전에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 변화가 크기 때문에 환자의 심리적 생리적 동요가 컸지만 최신 제제는 이런 단점이 없다.

주사제는 생리적 필요량보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올라가 유방통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