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와인하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마치 고품질로 이름 높은 와인의 고향으로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 보르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특한 등급제도 때문이 아닐까 한다.

1855년 나폴레옹 3세 황제는 보르도 상공회의소에 파리에서 열린 국제 전시박람회를 위해 보르도 와인들의 순위를 매겨줄 것을 요청했다.

전세계 방문객들에게 프랑스 최고의 와인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와인 산업에 종사하는 브로커들은 각 샤토들의 명성과 와인의 가격을 기초로 순위를 매기게 됐다.

메독,소테른-바삭,생 테밀리옹,그라브 지역들이다.

메독 지역의 와인들은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명성 1위를 차지할 만큼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메독산이라는 것이 품질 보증서로 통할 만큼 레드 와인의 왕 중의 왕이다.

당시의 샤토들의 등급은 와인 가격의 가장 큰 기준으로 평가됐다.

고가의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가 높은 등급을 받았다.

등급은 1등급에서 5등급으로 나뉘어졌으며 1등급의 그라브 지역의 샤토 오브리옹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독 지역 샤토들이다.

이 등급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무변동에 있다.

1855년 4월18일에 처음으로 샤토 등급 리스트를 발표한 이래로 지금까지 등급 변화는 단 두 번뿐이었다.

1855년 9월16일 샤토 캉트메르가 5등급에 추가됐고,1973년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된 것이 전부다.

150여년 동안 샤토들의 품질과 가격에서 변동이 있었지만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와인의 등급과 시장에서 형성된 품질과 가격은 다소 차이가 있다.

비록 2등급 샤토라고 해도 그 품질이 1등급에 못지 않은 와인을 슈퍼 세컨드(Super Second)라고 부른다.

3등급의 샤토 팔머,5등급의 샤토 린치 바쥐와 같은 와인들도 등급보다 훨씬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보르도 등급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등급이 샤토에 수여됐다는 점이다.

질 좋은 포도밭을 가진 메독 마을들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지 않고 생산자인 샤토들에 등급을 줬다.

높은 등급의 샤토들이 메독 마을의 다른 포도밭을 사서 확장해도 자신들의 등급을 적용할 수 있다.

이해하기 힘든 면이 없지 않지만 등급제도는 지금까지 와인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려는 샤토의 노력이 대단한 데다 자연의 가장 큰 선물인 베스트 테루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소믈리에 Corinne_Eo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