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 있던 이슬람 금융시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동안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던 이슬람 금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최근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이슬람금융연구회'를 만들었다. 연구회 회장을 맡은 김삼종 선임검사역(45)은 "최근 바레인 두바이 카타르가 역외금융센터를 설립하는 등 해외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슬람문화권의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시급하다"며 설립 동기를 설명했다.

해외 근무 경험이 많아 연구회 고문을 맡은 황록 국제팀 부장(51)은 "최근 이슬람문화권으로 엄청난 오일달러가 흘러들어오고 있어 금융업이 해마다 15% 이상 커지고 있다"며 "이를 이라크 등의 전쟁복구용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활용한다면 황금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바레인과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두고 있는 우리은행은 조만간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인수합병(M&A),말레이시아 진출 등을 통해 이슬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슬람문화권 전문가를 키우는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슬람금융연구회' 멤버는 모두 62명. 모임 고문인 황 부장이 후배들의 연구방향을 잡아주며 실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여성 회원도 10여명이나 된다. 본점 업무팀 모여진 대리(32)는 "이슬람 시장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이슬람문화권 지점에서 일해보고 싶다"며 때이른 바람을 내비쳤다.

회원들 중에는 이슬람권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녔거나,이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자가 17명 있다. 회장을 맡은 김 검사역도 2002년 1월부터 3년간 바레인지점에서 근무했다. 그는 처음 바레인지점에 발령받았을 때의 황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일을 하다 오전 11시가 되자 현지 직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 사라져버리더군요. 순간 어리둥절했죠. 알고보니 기도하러 갔더라고요." 금식기도를 하는 '라마단' 기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평일인데도 현지 직원들이 오전 근무를 마치고 모두 퇴근해버린 것. "이슬람문화권에선 근무 중 기도나 라마단 기간 중 오전 근무가 법으로 보장돼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모르면 오해하기 십상이죠."

이슬람연구회 회원들은 주한 이슬람권 대사관과의 공동행사,지역 전문가 초청 세미나,온라인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료를 발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지역전문가들을 관리.지원하고 있는 배태인 국제팀 과장(35)은 "한국은 중동 원자재 수입국가 중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큰손이지만 이해와 정보가 부족해 우리 기업들의 현지 비즈니스가 활발하지 못하다"며 "연구회가 기업고객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