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의 아성을 뚫어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공중전'이 상대의 전통적 강세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랑인 단거리 노선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주름잡고 있는 중·장거리 노선과 항공화물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 인천~세부 구간에 신규 취항키로 했다.

국적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만 운항하던 구간에 매주 2편씩 항공기를 띄우기로 한 것.앞서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아시아나가 터놓은 캄보디아 시엠립과 프놈펜에 취항했으며,아시아나의 텃밭이었던 중국 상하이 광저우 등지에도 2004년 이후 잇따라 취항하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은 1990년대 정부 정책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집중 배정받으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곳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정부가 태국 중국(산둥반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자,이들 지역에 자유롭게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된 대한항공이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올 하계시즌(3월25일~10월27일)에 중국 노선과 동남아 노선의 운항횟수를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9%,18%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 130여회로 아시아나와 엇비슷했던 중국 노선의 경우 올해는 주 192회로 아시아나(주 159회)를 크게 압도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만 취항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알마티(카자흐스탄)와 서남아시아의 델리(인도)에도 취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상대의 '텃밭' 뚫어라
아시아나항공도 대한항공의 텃밭인 중·장거리 노선과 화물운송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맞불을 놓고 있다.

우선 현재 주4회 운영하고 있는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을 하반기 중 주 7회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3월부터는 대한항공의 전유물이었던 인천~파리 노선에도 취항한다.

미주 노선도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증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대한항공만 취항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와 몽골 울란바토르에 취항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중·장거리 노선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화물운송사업도 강화한다.

올해 화물기 3대를 새로 도입하는 등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화물운송사업에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키로 한 것.이를 위해 최근 LG필립스LCD에서 물류를 담당하던 오상환씨를 화물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아시아나는 특히 대한항공이 중국 항공화물시장 공략을 강화하는데 맞서 현재 주 6회에 불과한 중국행 화물기 운항편수를 연내 15회로 2.5배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대한항공이 오는 7월부터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시노트랜스와 항공화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에 대응해 중국 항공사와 화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