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Focus] 中 새 외교부장 또 '미국통'으로
미국과 첨예한 통상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이 신임 외교부장에 또 다시 '미국통' 인사를 임명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7일 중국이 주미대사 출신인 양제츠 외교부 부부장(57)을 새 외교부 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2003년부터 4년여 동안 중국 외교를 지휘해온 리자오싱 외교부장(66)은 나이를 이유로 퇴임하게 된다.

신임 양 부장은 해외 외교관 생활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내는 등 중국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이로써 중국 외교부 내 '미국 라인'은 2대에 걸쳐 외교의 주류로 자리잡게 됐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리 부장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통 인사가 외교수장에 임명됨으로써 대미 관계를 가장 중시하는 중국의 외교 방침이 지속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임 양 부장은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사회 발전 지속,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지지 확보,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대미외교를 통해 대만의 독립 기도를 저지하고,미국과의 다각적인 협상을 통해 첨예한 경제 마찰을 해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양 부장이 미국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1977년 찾아왔다.

당시 중국 주재 미국대사로 활동하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티베트를 여행할 때 외교부 통역원으로 수행했던 것.당시 인연을 계기로 양 부장은 부시 대통령 부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관계와 관련,양 부장은 전임 리 부장의 노선을 이을 것으로 보여 양국 외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양 부장은 그동안 부부장 자격으로 전임 리 부장의 외교정책을 입안,추진해왔다"며 "한·중 관계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쳐 추진돼왔기에 앞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방향으로 동북아 외교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1992년 한·중 수교 협상에 미주국장 자격으로 참여,역시 수교 협상에 나섰던 김하중 현 주중 대사와 교류를 갖기도 했다.

김 대사와 양 부장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주 만나는 등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부장은 상하이 출신으로 영국 런던 경제정치대학을 졸업한 후 1975년 외교부 번역실 직원으로 외교부에 발을 들여놨다.

한편 중국은 이날 고령으로 물러나는 쉬관화(徐冠華) 과학기술부장(66) 후임에는 완강(萬鋼) 상하이 퉁지(同濟)대학 총장(55)을 임명했다.

신임 완강 부장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및 고체역학 전문가로 중국 국무원(정부)의 유일한 비 공산당원 부장이 됐다.

중국은 이 밖에 왕수청(汪恕誠) 수리부장(66) 후임에 천레이(陳雷)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부주석(53)을,쑨원성(孫文盛)국토자원부장(65) 후임에 쉬사오스(徐紹史) 국무원 판공청 부비서장(55)을 각각 임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