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과 관련해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싱가포르 투자기관으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있다.

한국 내 부동산 투자는 GIC가 주도하고 있는데 테마섹이 한국 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으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양 기관은 설립 목적과 투자 방향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잘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정부 잉여 자산을 싱가포르통화청,GIC,테마섹 등 3개로 나눠 운용토록 하고 있다.

이 중 해외 자산 투자에 나서는 곳은 GIC와 테마섹이다.

GIC는 싱가포르의 외환과 국채 매각대금,재정 잉여금을 정부를 대신해 굴리는 일종의 국가 펀드운용 기관으로 1981년 설립됐다.

채권 주식 선물 등 금융상품과 부동산에 단기 투자를 한다.

요즘 들어선 이머징 마켓,사모펀드,헤지펀드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운용자산은 1000억달러를 웃도는 정도라고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투자내역은 철저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1999년부터 서울 파이낸스센터와 스타타워빌딩 등 알짜 빌딩에 투자,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테마섹은 장기 투자로 기업을 성장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또 공격적으로 관심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상품 간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GIC와 테마섹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리콴유 전 총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마섹은 고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GIC는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연기금 펀드 같은 것"이라고 대별해 설명했다.

25년간 GIC의 수익률은 8.2%에 그친 반면 테마섹은 18%를 기록했다.

재미있는 것은 GIC와 테마섹 모두 리콴유 전 총리 패밀리들의 손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호칭 테마섹 사장은 리콴유의 며느리다.

GIC의 이사회 의장은 여전히 리콴유가 맡고 있다.

리콴유의 둘째아들인 리셴양(리셴룽의 동생)은 최근까지 테마섹 산하 최대 기업인 싱가포르텔레콤의 사장을 맡아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리콴유 주식회사'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2002년 호칭이 테마섹 사장에 선임됐을 때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기사를 쓴 뒤 싱가포르의 항의를 받고 정정보도문을 냈었다.

2004년에는 경영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를 이코노미스트지가 비판했다가 일부 과격한 표현에 대해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마침 2단계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던 시점이어서 테마섹은 2004년 8월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를 내고 이후 매년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막상 M&A가 걸려 있는 당사국에선 '안티 테마섹' 정서가 거세다.

투자 대상국과의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된다.

탁신 전 태국 총리 일가가 소유한 신코프(Shin Corp)를 사들이는 데도 적잖은 문제에 부딪혔다.

이전 사례를 보면 2001년에 싱가포르텔레콤이 호주 이동통신회사 옵터스를 매입했을 때 호주의 반대론자들은 '싱가포르 제국주의'란 표현을 썼다.

2005년에는 테마섹 자회사인 ST텔레미디어가 인도 이동통신 회사인 이데아셀룰라에 투자하려 했다가 인도 정부의 반대에 직면했다.

또 테마섹이 중국은행 지분을 10% 사겠다고 했을 때 중국 정부는 매입 규모를 5%로 줄여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선 싱가포르 DBS은행이 한국 외환은행을 사려 했으나 DBS가 테마섹 계열사란 이유로 거부당하기도 했다.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고촉통 전 총리(현 수석장관)는 최근 중국을 방문,"싱가포르가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며 테마섹과 중국 기업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인도 정부로부터 테마섹과 GIC가 인도 최대 은행인 ICICI 지분을 각각 10% 넘게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허락을 받아냈다.

'금융 침략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자'란 점을 극구 강조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과 관련해선 2005년 GIC가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테마섹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하나금융 지분 약 10%를 보유,최대주주로 있어 더욱 관심이다.

국내 M&A나 정부 자산 매각 때마다 테마섹과 GIC 그리고 이들 계열사 이름은 빠지지 않고 있다.

작년엔 LG카드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