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과 신용카드의 만남,대학출판부와 대중서적의 결합,질병치료보다는 외모관리 수단으로서의 병원….
대학출판부 병원 법조 은행 등 권위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들이 앞다퉈 '권위를 빼고 대중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관련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과거 '찾아오는 손님을 앉아서 기다리던 시절'의 영업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대학교재만 출판하던 대학출판부들은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중용 서적 출판을 강화하고 있다.
방송통신대 출판부는 최근 사회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그림책 형식의 '굿바이 블랙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방통대 출판부는 올 상반기 중 5∼6종 이상의 대중용 서적들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방통대는 2004년 기존 출판부 안에 '지식의 날개'라는 독립 브랜드 출판팀을 꾸려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용 교양서 25권을 선보였다.
'영화로 과학읽기'같은 흥미로운 소재나 세계화 현상을 손쉽게 풀어쓴 '빅맥이냐 김치냐'같은 서적의 경우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김정규 방통대 출판부 기획2팀장은 "대학교육의 대중화라는 방통대 목적에 걸맞게 일반인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교양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출판부는 일반인의 관심이 많은 미디어 분야에 초점을 맞춘 '미디어아트 시리즈'와 국내외 축제에 대해 소개하는 '문화연구'시리즈를 내놓으며 일반 출판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울대 출판부도 교양학술 도서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베리타스'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출판부는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다방면을 소개하는 문고본 교양총서 시리즈를 올해 안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영남대 출판부도 올초 공모를 통해 '知&智'를 교양도서 독립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하고 어려운 철학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에세이집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엔씨소프트와 함께 인기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디자인한 신용카드를 내놓고 있다.
리니지 게임이용료를 20% 할인받을 수 있는 이 카드는 리니지2의 대표 캐릭터인 다크엘프와 엘프 등으로 디자인됐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은행 이미지와 젊고 개척적인 온라인 게임의 이미지 결합을 노린 이 카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출시 8개월여 만에 발매 24만장을 돌파해 우리은행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게임이용자들이 리니지 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충성도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카드 신규발급에서도 온라인게임 카드가 은행 내 여러 카드 중 수위를 다투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들의 경우,탈권위 움직임은 이제 특별한 얘깃거리도 안되는 상황이다.
'○○○의원'이나 '○○○내과'식 동네병원들이 급속도로 세를 잃으면서 '성장클리닉'이나 '비만클리닉''피부관리 클리닉''입냄새 클리닉'같은 친근감과 웰빙을 강조한 전문병원들이 늘고 있다.
병원 인테리어도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싸늘한 분위기 일변도에서 벗어나 카페같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법조계에도 '탈권위'바람이 거세지면서 딱딱한 사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음악과 미술이 공존하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변호사 사무실이 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