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시장에 경색(梗塞)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4년여 만에 연 5%대에 진입했을 뿐 아니라 하루짜리 콜금리는 지난 주말 연 5.07%로 마감되며 이틀째 5%대를 기록해 한국은행 목표치(연 4.5%)를 크게 웃돌았다. 자칫 기업자금조달 애로나 서민 금융비용부담 가중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한국은행은 이 같은 현상이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외화차입규제 등 시장 마찰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시장참여자들 간 자율적 협의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시중자금사정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방심할 일은 아니다. 외화차입이 힘들어진 외국은행 지점들이 콜시장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은행권의 자금확보경쟁이 촉발됐고 그 여파로 콜금리는 물론 CD금리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기업들도 단기 운영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1~2일짜리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던 일부 기업들은 자금 차입 루트가 막히면서 평소 잘 쓰지 않던 은행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까지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국고채시장으로 번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5.04%까지 상승한 상황이고 보면 전반적인 금리상승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CD금리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오늘부터 주택담보대출금리를 0.02%포인트 올리기로 했고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비슷한 비율로 상향조정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가 671조원에 달하고 그 중 60%는 부동산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뜩이나 우려되던 가계발 금융불안이 현실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도 전체적인 시중의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 때문에 주택가격 안정 등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유동성 억제가 지속돼야 할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자금시장이 단기간에 급격한 충격을 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 및 기업들이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완급(緩急)조절이 필요하다. 금융계가 한은이 환매채(RP) 매입 등을 통해 일시적인 안정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도 그런 차원이다. 어떤 형태든 금융시장불안은 오래가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