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에디슨 최고경영자(CEO)'들이 뜨고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생활 속 아이디어를 앞세워 발명·특허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특허청에 따르면 여성의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 건수는 1996년 2651건에서 지난해 1만9833건으로 10년 동안 6.5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출원 건수가 급증하면서 전체 출원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12.7%로 껑충 뛰었다.


여성들의 이 같은 특허 출원이 사업화로 이어져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경희 스팀청소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는 전업주부 시절 '걸레 청소를 대신 해 주는 기기를 만들면 주부들이 앞다퉈 살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한경희 스팀청소기를 개발,지난해에만 1200억원어치를 판매하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10만원대 소형 공기청정기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어비타' 역시 이길순 대표(43)가 평범한 주부 시절 떠올린 아이디어가 출발점이 됐다.

이 대표는 신혼 시절인 1991년 다세대 주택에서 살았다.

그는 당시 천식으로 고생하는 이웃집 아이를 보고 마음 아파하다가 값싼 공기청정기 개발에 도전했다.

그는 서울 청계천 등을 다니며 부품을 사다가 발명에 몰두했다.


이 제품 개발에 나선 후 집까지 팔기도 했던 그는 2002년 기존 필터 방식 대신 음이온 방식을 이용,전구 만한 크기에 가격도 10만원 이하로 저렴한 공기청정기 '에어비타'를 내놨다.

이 제품은 200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발명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에어비타는 올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헤어보톡스로 유명한 '씨크릿우먼' 역시 김영휴 대표(43)의 생활 속 불편함이 모태가 됐다.

1999년 10년차 전업 주부였던 김 대표는 두 아이를 낳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평소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했던 김씨는 자신을 위한 가발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미용 재료상에서 재료를 구입해 헤어핀처럼 머리에 간편하게 꽂을 수 있는 가발 '헤어보톡스'를 2001년 개발,특허 등록까지 받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자 김씨는 아예 가발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그가 2003년 세운 가발회사 씨크릿우먼은 지난해 헤어보톡스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53)가 오랜 살림 경험을 토대로 만든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루펜'은 향후 1년간 일본에 700억원어치를 공급키로 최근 계약을 맺는 등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가전 유통업체인 로타리아키사에 가정용 5만대,업소용 1만대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공급키로 한 것.이번 수출액은 루펜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500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루펜리의 일본 수출 계약 체결은 여성의 생활 속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성 에디슨 CEO'들의 성공 사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발명을 장려하기 위해 1993년 설립된 한국여성발명협회에는 현재 총 3500명의 '미래 여성 에디슨'들이 회원으로 등록,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협회는 우선 2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7년 대한민국 여성발명품 박람회'를 개최한다.

또 여성들의 발명 의욕 고취를 위해 우수 발명 아이디어의 시제품 제작에 대한 지원 활동도 올해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협회는 △사업화 가능성 △수출 유망성 △기술적 혁신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여성들의 발명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최고 300만원의 시제품 제작 비용을 지원한다.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지난해 여성발명품 박람회에 5만~6만명의 여성이 찾아올 정도로 여성들의 발명 열기가 뜨겁다"며 "앞으로는 생활 속 발명을 토대로 한 여성 CEO들의 활동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