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프랑스病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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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5년 전쯤엔 독일이 '유럽의 병자(病者)'였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자 그 바통을 이탈리아가 넘겨 받았다. 지금은 프랑스의 실업률이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경제성장률이나 수출증가율 등도 다른 EU 국가들보다 낮다. 이젠 프랑스가 환자인 셈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이런 우울한 지표들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는 프랑스 경제 회생을 위한 개혁의 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목을 조르고 있는 강력한 노동법이다. 모든 정규직 봉급 생활자들의 노동계약은 이 법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극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임시직들이 이리 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사이즈가 지나치게 큰 것도 프랑스 경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공공기관의 지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3.7%(2006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정부의 몸집이 비대하다. 이는 민간 부문으로 돈이 흐르는 것을 차단해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사르코지 후보의 해법은 기업들에 연장자 위주의 종업원 해고를 허용하는 것이다. 또 실업 수당도 직장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지급할 방침이다. 경쟁자인 루아얄 사회당 후보는 다른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구직을 전제로 한 실업 수당에는 동의하지만 이와 동시에 최저 임금을 지금보다 50% 인상해 한 달에 1500유로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크기에 대한 견해도 서로 다르다. 루아얄은 중앙과 지방 정부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길 원한다. 루아얄이 내건 각종 경제 지원 공약은 정부 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사르코지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공약을 다듬고 있다. 이는 곧 정부 지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물론 루아얄의 공약은 지금까지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이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개혁적이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다. 루아얄이 집권한다면 1~2년 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고 좀 더 개혁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최저 임금 인상 조치는 프랑스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리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사르코지의 공약은 시장 친화적이고 개혁적이다. 노사 간 충돌이 벌어질 때도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개인적 성향이나 이념적 색채보다는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을 보고 표를 던진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이상적인 민주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5월6일로 예정된 최종 투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체니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프랑스병에 대한 치료법'(Cures for the French Disease)을 정리한 것입니다.
5년 전쯤엔 독일이 '유럽의 병자(病者)'였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르자 그 바통을 이탈리아가 넘겨 받았다. 지금은 프랑스의 실업률이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경제성장률이나 수출증가율 등도 다른 EU 국가들보다 낮다. 이젠 프랑스가 환자인 셈이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이런 우울한 지표들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는 프랑스 경제 회생을 위한 개혁의 출발점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목을 조르고 있는 강력한 노동법이다. 모든 정규직 봉급 생활자들의 노동계약은 이 법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극히 부족하다. 이로 인해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임시직들이 이리 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며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의 사이즈가 지나치게 큰 것도 프랑스 경제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공공기관의 지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3.7%(2006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정부의 몸집이 비대하다. 이는 민간 부문으로 돈이 흐르는 것을 차단해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사르코지 후보의 해법은 기업들에 연장자 위주의 종업원 해고를 허용하는 것이다. 또 실업 수당도 직장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지급할 방침이다. 경쟁자인 루아얄 사회당 후보는 다른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구직을 전제로 한 실업 수당에는 동의하지만 이와 동시에 최저 임금을 지금보다 50% 인상해 한 달에 1500유로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크기에 대한 견해도 서로 다르다. 루아얄은 중앙과 지방 정부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길 원한다. 루아얄이 내건 각종 경제 지원 공약은 정부 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사르코지는 세금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공약을 다듬고 있다. 이는 곧 정부 지출의 감소를 의미한다.
물론 루아얄의 공약은 지금까지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이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개혁적이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다. 루아얄이 집권한다면 1~2년 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고 좀 더 개혁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특히 최저 임금 인상 조치는 프랑스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리게 될 것이다. 이에 반해 사르코지의 공약은 시장 친화적이고 개혁적이다. 노사 간 충돌이 벌어질 때도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이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권자가 후보자의 개인적 성향이나 이념적 색채보다는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을 보고 표를 던진다. 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이상적인 민주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5월6일로 예정된 최종 투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체니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프랑스병에 대한 치료법'(Cures for the French Diseas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