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법안의 4월국회 처리는 일단 무산 됐다.

하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는 물론 율사들이 많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속속 법안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어 로스쿨제 도입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십년간 유지돼온 기존 사법시험제도와 법학교육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로스쿨 숫자와 입학정원,시험합격자 수 등 핵심쟁점에 대해선 대학과 변호사단체 등 이해 관계자 간에 이견이 너무 커 최종 제도 확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은 법학과목 35학점만 이수하면 누구나 사법시험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로스쿨제가 도입되면 로스쿨 졸업생에 한해 시험자격이 주어진다.

개별 로스쿨은 비법학전공자와 타 대학 학위취득자를 각각 정원의 3분의 1 이상씩 뽑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 출신의 법조인력 배출이 예상된다.

학부에서의 학점 역시 입학전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전공을 불문하고 사시에 매달리는 '캠퍼스의 고시원화' 현상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합격률도 현행 5%대에서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대신 첫 관문인 로스쿨 입학 경쟁이 치열해진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도입 첫해인 2004년 4만810명이 68개 로스쿨 입학시험에 응시해 7.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때문에 로스쿨 입학 준비를 위한 학원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사시낭인'폐단을 없애기 위해 로스쿨을 도입하는 만큼 응시횟수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판·검사 임명방식도 바뀐다.

새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우선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데,이들 중 일정 경력(예 3~5년)을 쌓은 변호사가 판·검사로 임명되게 된다.

법학 전공자와 비전공자 간 차별을 두는 방안은 계속 논의 중이다.

◆법 통과돼도 산넘어 산

로스쿨을 준비해온 대학은 40곳이 넘는다.

반면 뽑을 수 있는 학생 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와 연계돼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상정한 로스쿨당 입학생 정원은 150명.그동안 준비를 해온 모든 대학에 로스쿨 인가를 내줄 경우 전체 정원은 6000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절반만 합격을 시켜도 매년 3000명의 사시 합격자가 법률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되는 셈이다.

미국처럼 로스쿨 졸업생의 사시 합격률을 70∼80%로 가정할 경우 현재 1000명인 합격자 숫자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국내 로스쿨 정원은 1300∼1500명 정도다.

대한변협 등 법조계에서 주장하는 규모다.

이 경우 로스쿨은 8∼10개 대학에서만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서울의 3∼4개 대학,지방의 거점 국립대학 5∼6곳만이 로스쿨을 개설한다는 의미.

반면 시민단체는 사시 합격자 수를 2000∼3000명으로 늘려야 사법개혁이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로스쿨은 20∼25개 대학에 허가해야 한다.

법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하면 영영 3류 대학으로 뒤처질지 모른다는 대학들의 '위기의식' 사이에서 정원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