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5개국을 순방하며 자원 외교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쟁탈전에 자극받은 일본은 중동 각국에 기술 지원 등 경제 협력을 미끼로 안정적인 석유 공급 약속을 얻어낸다는 전략이다.

미국에 이어 지난 28일부터 중동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에 원유 장기 공급 계약을 조건으로 10억달러의 저리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첫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오키나와 국영 원유저장고를 사우디에 무상 임대해주는 대신 비상시 그곳에 저장된 원유를 일본이 우선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제안했다.

오키나와 저장고엔 525만㎘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일본이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아베 총리는 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중동 6개국 공동체인 걸프협력회의(GCC)와 관세 및 투자장벽 철폐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 체결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와 관련,셰이카 루브나 알 카시미 UAE 경제장관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CC는 첫 번째 FTA를 일본과 맺고 싶다"며 연내 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일본과 GCC는 5월 중 FTA 체결을 위한 세 번째 정부 간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일본이 이처럼 대(對) 중동 자원 외교에 적극 나선 것은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중동의 원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작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국방 분야의 협력 확대와 안정적 원유 공급을 협의했다.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도 지난해 1월 51년 만에 사우디 국왕을 인도로 초청해 투자 확대 등에 합의했다.

중국과 인도는 GCC와의 FTA 교섭도 일본보다 먼저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에 비해 늦은 감이 있는 일본은 중동에 더욱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앞선 기술 지원과 투자 확대 등으로 중동을 유혹하고 있다.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게이단렌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사우디에는 다양한 투자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석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중동과의 상호 경제의존 관계를 심화시키는 게 일본 자원 외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 입장에서도 중동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불어난 중동 오일머니를 벌 수 있는 기회를 일본 기업들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아베 '중동순방 행보' 성과 ‥ 걸프 6개국 "첫 FTA 日과 맺고싶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