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실 소명 정도ㆍ증거인멸 우려가 '관건'

경찰이 `보복 폭행'을 주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공은 검찰ㆍ법원으로 넘어오게 됐다.

경찰 이후 단계인 검찰에서는 범죄사실 소명 정도가 영장 청구 여부를, 법원에서는 증거 인멸 우려와 상해 정도가 영장 발부 여부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최소 2~3일 정도가 걸린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야 구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경우 경찰이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기면서 구속ㆍ불구속, 기소ㆍ불기소 등의 의견을 붙여 지휘를 요청하면 검찰은 기록을 검토한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수사가 부족하면 보강수사를 지휘할 수 있고, 수사가 충분히 됐다고 판단되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이 판단을 위해 필요할 경우 직접 피의자를 소환 조사할 수도 있으며, 자체 판단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지휘할 수도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납치 혐의가 사실이라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과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김 회장처럼 `미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원은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인한 후 심문할 수 있다.

이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인 경우 구속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증거 인멸 우려' 여부가 초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김 회장은 폭행 및 폭행 지시, 흉기 소지 여부 등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이 피해자ㆍ증인 진술 등을 통해 범죄 혐의 개연성과 소명자료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범죄 사실이 어느 정도 소명됐다면 증거 인멸 여부가 다음 관건이다.

김 회장은 신분이 확실한 대기업 총수인데다 경찰에 자진 출석해 도망 우려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은 인멸 대상이 되는 증거가 존재하는지, 증거가 범죄 입증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지, 증거 인멸이 가능한지, 피의자가 피해자 등에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따져 판단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폭력사건 영장처리 기준도 새삼 관심을 모은다.

서울중앙지법은 2005년 이후 인신구속 기준을 일부 공개해 단순 폭력사건의 경우 폭행의 동기ㆍ경위, 폭행 방법ㆍ정도, 상해 부위ㆍ정도, 합의 여부 등을 중점 고려하며, 흉기 이용 폭력사건의 경우 위험한 부위(머리ㆍ목ㆍ가슴 등)에 상해를 입혔는지와 폭력적 성향이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지법은 `증거 인멸 염려'가 크다고 보는 사건 유형으로, `공범자ㆍ목격자와 같은 사건 관계자가 피의자와 인적관계가 강하거나 이들에 대한 피의자의 영향력이 큰 사건', `중요 증인에 대해 피의자가 직ㆍ간접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거나 부당한 압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큰 사건'을 예로 들었다.

법원은 30일 "수사기관이 혐의를 확인한 뒤 영장을 청구하면 자료를 토대로 면밀히 판단하겠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조성현 기자 zoo@yna.co.kr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