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大選불출마 선언] 충격의 汎여권 … 통합논의 안개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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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30일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은 범여권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겼다.
정 전 총장은 고건 전 총리의 낙마 이후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범여권이 대선 최대의 흥행카드이자 필승카드로 상정해 온 인물이다.
열린우리당이 강력히 추진해온 후보중심 통합론도 사실상 그의 출마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범여권의 대선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범여권은 일대 혼돈 속에 빠졌다.
◆왜 포기했나
최근까지 출마에 상당한 의욕을 보여온 정 전 총장이 출마포기를 선택한 데는 무엇보다 현실정치의 높은 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 활동을 통해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정 전 총장 스스로 언급했듯이 정치세력화 문제와 정치자금,조직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정치신인으로서 신당 깃발을 들고 노회한 정치인을 모아 창당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여기에는 한때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고건 전 총리가 범여권 정치인들의 '이중적 태도'속에 낙마한 것도 타산지석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범여권이 여러 갈래로 분열돼있는 상황에서 출마한다 하더라도 통합을 이루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대선승리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음직하다.
◆후보중심 통합론 차질
당 외의 유력한 대선주자가 출마를 포기한 만큼 당밖에 구심점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열린우리당이 강력히 추진해 온 후보중심의 통합론이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 셈이다.
설령 제3후보를 끌어들인다 해도 흥행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후보중심 통합론이 동력을 잃게 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또다시 심각한 동요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정운찬 신당'을 기다려온 의원이 적지않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무력감 속에 일부 의원의 연쇄탈당이 이뤄질 개연성도 다분하다.
◆대선구상도 흔들
범여권의 대선구상은 대체로 두 갈래다.
하나는 당 밖에 후보중심으로 대통합신당을 만든 뒤 당내외 대선주자가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갖는다는 안으로 이 안은 범여권의 분열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그래서 나온 게 범여권의 조기통합이 어려운 만큼 1단계로 6월쯤 정 전 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신당을 만든 뒤 각개약진을 통해 9,10월까지 경쟁을 거쳐 10월쯤 후보단일화를 모색한다는 안이다.
사실상 정 전 총장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 구상은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적어도 당분간 범여권 대선구도는 열린우리당밖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천정배 의원,당내의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한명숙 전 총리,김혁규 의원 등의 경쟁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손 전 지사는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이 독자후보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창/노경목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