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나왔다.

농업 부문의 피해 등 부정적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반면 국내총생산(GDP) 증대,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영향도 애초보다는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농촌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이 지난해 2월 이후 내놓은 당초 전망에선 분석의 전제조건으로 개방 폭을 높게 가정했으나,실제 타결과정에서 개방 폭이 이보다 낮아진 점이 반영된 결과다.

경제전문가들은 연구기관의 이 같은 전망 역시 향후 경제운용 과정에서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개방과 경쟁 과정에서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가 향후 경제를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부문에서 10년간 연평균 8700억원 규모의 생산 감소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난해 8월 예상했었다.

이 같은 피해 수치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6698억원 생산 감소로 축소됐다.

기존 분석에선 20여개 민감 품목에 일률적으로 '10년간 관세철폐'를 가정했지만 실제 타결 과정에서 쇠고기 등 주요 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이 15년 이상으로 길어졌고 계절관세 긴급관세 등 다양한 완충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농업 부문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분야는 축산업으로 파악됐다.

연평균 4664억원의 생산이 감소,전체 생산 감소의 70%에 이른다.

대미 수입은 연평균 3억7000만달러 늘겠지만 전세계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은 2억3000만달러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늘어나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이 감소하는 등 수입선 대체효과가 1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수산업에서의 생산 감소는 연평균 281억원으로 민어 117억원,명태 57억원,넙치가 37억원 등이었다.

한·미 FTA의 최대 수혜 부문은 제조업이며,이 중에서는 자동차업종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업종은 FTA 발효 후 15년 동안 연평균 2조8542억원의 생산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대당 가격이 2000만원 수준인 2000cc급 승용차로 친다면 FTA로 인해 연간 15만대가량 더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발효 1~5년차엔 연간 2조2000억원의 생산증대에서 이후 5~15년차엔 연평균 3조2000억원가량의 생산증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생산증대 효과가 큰 업종은 전기전자 1조2000억원,섬유 5000억원,화학 3500억원,일반기계 1500억원 등이었다.

제조업 전체의 생산증대는 연평균 5조5000억원을 웃돌았다.

수출은 자동차가 연간 10억9000만달러,전기전자 6억2000만달러,섬유 2억3000만달러 등 전체 25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FTA로 외국산 자동차의 가격 하락 및 수입 증가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입게 될 혜택은 15년간 연평균 6258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제약산업에서 관세가 철폐되고 지식재산권이 강화되면 10년간 연평균 904억~1688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관세 철폐에 따른 영향은 157억원으로 얼마 안 된다.

오히려 지식재산권 강화에 의한 생산 감소가 746억~1531억원에 이른다.

업계의 소득 감소는 372억~695억원 수준으로 관측됐다.

환자들이 추가로 내야 하는 약값도 연평균 127억~136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FTA로 환자들이 추가로 직접 지급하거나 보험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약값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업계가 주장해 온 연간 1조원 피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비스 분야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는 편이다.

통신 금융 법률시장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협정 발효일 3년 후부터 외국인 간접투자가 100% 허용되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분야에선 생산이 연간 328억원,소득이 113억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방송쿼터 축소에 따른 영화 및 애니메이션산업의 소득 감소는 연간 27억원 수준이다.

지식재산권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됨에 따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는 연간 71억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11개 연구기관들은 한·미 FTA로 향후 10년간 실질 GDP는 6%가량 늘고,일자리는 33만4000개 증가하며,대미 무역흑자는 연간 4억630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전망인 △실질 GDP 증가율 7.8% △일자리 창출 55만1000개 △대미 무역흑자 4억7000만달러 감소 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쌀과 서비스 등이 개방에서 제외되는 등 당초 가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기관들은 이번에 생산성 향상 효과를 제조업의 경우 1.2%포인트,사업서비스의 경우 1%포인트를 가정했다.

이와 관련,이경태 KIEP 원장은 "이번 분석결과는 모형에 의해 도출해 낸 것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개방과 경쟁의 여파로 제조업 등의 체질이 크게 개선될 경우 생산성 향상 효과가 가정치보다 높아지고 FTA에 따른 긍정적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