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DC마담 리스트'에 워싱턴 정가가 공포에 떨고 있다.

'DC마담'으로 불리는 매춘업자 데버러 팰프리(50)라는 여성이 1만여명의 고객 명단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서다.

명단에는 지난달 27일 사임한 랜들 토바이어스 국제개발처(USAID) 처장(국무부 부장관급)을 포함한 고위 관료와 정치인,유명인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초대형 스캔들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매춘 조직 운영 혐의로 기소된 팰프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예비심리를 위해 법정에 출두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 대한 불법 혐의가 기각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1만여명의 고객 명단을 폭로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팰프리는 1993년부터 작년까지 13년 동안 '파멜라 마틴 앤드 어소시에이츠'란 업소를 운영하면서 전화 주문을 받고 젊은 여성을 고객의 집으로 보내는 형식으로 매춘사업을 벌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춘 조직에는 23~35세의 여성 130여명이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회 방문 서비스 대가는 90분 기준으로 275달러였으며 팰프리는 총 19억달러를 소개비조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팰프리는 그러나 "고객의 집에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성행위와 무관한 '상상 속 서비스'만 있었다"며 "나는 매춘 조직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DC마담 리스트'는 이미 ABC방송에 넘겨진 상태다.

ABC는 "수천 개의 이름과 수만 개의 전화번호를 입수했다"며 "명단에서 정치인과 관리,로비스트 등의 이름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토바이어스 처장은 명단 확인 과정에서 ABC의 전화를 받고 사임했다.

그는 ABC에 "성행위는 없었고 마사지만 받았다"며 매춘 사실을 부인했다.

DC마담 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팰프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할런 울먼 전 해군사령관이 단골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의 이름이 법정에서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이 공개될지 몰라 워싱턴 정가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팰프리가 운영한 매춘 조직에는 교수 과학자 군장교 등 엘리트들이 매춘부로 종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팰프리 자신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팰프리는 1991년 캘리포니아에서 매춘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돼 18개월간 복역했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