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의 선박 부품업체 유연산업 이춘화 사장은 주위에서 "요즘 조선 경기 좋다면서요?"라는 말을 해올 때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조선업 호황으로 일감이 많이 늘기는 했지만 기능공 인건비가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하는 바람에 생각만큼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숙련공의 경우 한 달에 400만원가량을 주고 있다"며 "매출이 조금씩 늘긴 하지만 순이익은 되레 이전의 60~7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거제나 울산에서 한 달 500만원에 초단기로 일할 사람을 불러다 쓴 적도 있다"고 말했다.

LNG플랜트의 산업용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여수 소재 대경기계기술은 이달 중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용접공 24명을 데려와 국내 현장에 투입한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인 용접공 인건비가 하루 25만원 안팎까지 올라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용접공 제화공 타일공 등 일부 숙련 기능공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다.

조선업 플랜트건설업 명품패션산업 등 비교적 경기가 좋은 업종에서 숙련 기능공의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힘든 일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젊은 기술자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용접공 일당 1년새 30~40% 올라

부산 녹산산업단지에서 5년 이상 경험을 쌓은 용접공의 하루 임금은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4만~20만원 선이다.

작년 초만 해도 11만~14만원 선이었지만 일감에 비해 사람이 부족하자 한 해 사이에 30%나 뛰었다.

초과 근무 수당 등을 합하면 한 달 임금은 400만~500만원 선이다.

업계에서 '기량자'라고 부르는 고급 숙련 용접공의 임금은 지역을 불문하고 '부르는 게 값'이다.

비철금속 용접 등 특수 용접을 주로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숙련공들은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5~6명씩 팀을 이뤄 여러 회사의 일감을 동시에 수주해 작업한다"며 "이들의 연봉은 7000만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봉정보 제공업체인 페이오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평균 대졸 초봉은 2747만원이었다.

플랜트 건설 등 석유화학업종이 활황세인 여수산단에서는 용접공 일당이 적게는 20만원,많게는 30만원까지 올랐다.

역시 지난해보다 30~40%가량 상승한 금액이다.

◆선수금 200만~300만원 주기도

제화업계도 숙련 제화공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수제 구두를 생산하는 슈콤마보니 최한성 사장은 "3년 전만 해도 구두 디자인이 복잡해 손이 더 가는 것에 대해 추가 비용을 따로 주지 않았는데 요새는 '특공비'라는 명목으로 켤레당 2000~3000원가량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사실상 인건비가 40% 정도 오른 셈"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200만~300만원가량의 '선수금'을 주고 숙련공을 데려오는 관행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건설현장에서는 타일공 석공의 임금이 강세다.

외장재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고급 주상복합건물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이 뛰어난 A급 타일공이나 석공의 경우 하루 임금이 18만~30만원 선에 이른다"고 밝혔다.

◆있는 사람 빼가지나 말았으면…

기능공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중소기업 사장들은 애만 태우고 있다.

한해 30%나 뛰어오른 인건비를 감당하는 것도 벅차지만 기껏 사람을 구해놓아도 타 업체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빼가는 일이 잦아서다.

녹산산단의 한 선박부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회사 주요 용접공 2명이 한꺼번에 다른 업체로 자리를 옮겨 급히 인력을 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자현 대불산단 경영자협의회 회장은 "직원들을 빼앗겨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업체가 많다"며 "일부 블록제조업체들은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하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임도원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