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구 트렌드를 주도하는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가 지난달 18일부터 6일간 이탈리아 최대 전시장인 '뉴 피에라 밀라노'에서 열렸다.

이번 박람회는 일반가구,가구액세서리, 조명분야에서 이탈리아와 유럽의 유명가구업체 2159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20만명 이상이 참관했다.

밀라노 박람회는 미국 하이포인트, 독일 쾰른과 함께 세계 3대 가구박람회로 유명하다.

박람회가 끝나면 수개월 내에 디자인과 소재 색상 등을 모방한 제품이 나올 정도이다.

이번 박람회를 참관한 에이스 침대 디자인개발실 홍우진 팀장은 "전반적으로 믹스&매치는 일반화됐으며 흑백대비 컬러를 이용한 미니멀리즘의 강세와 함께 친환경적이고 자연적인 요소들을 강조한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밀라노(이탈리아)=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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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 & White

올해로 46회째를 맞는 밀라노 가구박람회는 일관된 유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트렌드를 보여줬다.

화려한 원색컬러 제품이 주춤한 가운데 전반적으로는 지난해와 같이 단순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곡선보다는 선과 면을 강조한 블랙&화이트 컬러를 대비시킨 미니멀한 모던스타일의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유명 침대 브랜드 '플루(Flou)'는 대부분 화이트컬러였고 유명 가구브랜드 '폴리폼(Poliform)'은 블랙&화이트가 주종을 이뤘다.

즉 간결하고 심플한 미니멀 형태에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라인과 요소들이 가미되거나, 장식적이고 우아하며 클래식한 스타일에 모던 느낌의 소재와 라인을 가미, 디자인 장르와 트렌드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벽장 선반 테이블 등을 만드는 리마사의 젠스 마르틴야쿠젠 사장은 "단순하고 미니멀한 것이 특징이라며 올해 출품한 제품에는 에지(가장자리)부분을 둥글게 라운딩했다"고 말했다.

가죽전문 소파 및 침대업체인 박스터사의 디아라 포르멘티 홍보담당자도 "기하학적 무늬의 반복을 특징으로 하는 아르데코(Art-Deco)가 주류인데 부드러운 선과 재질을 가미해 좀 더 모던화했다"고 설명했다.

◆ 미래주의

올해 패션과 문화 등에서 미래주의(퓨처리즘)가 유행하듯 각 분야의 가구에서 실버와 골드 컬러의 제품이 두드러졌다.

침대의 프레임이나 소파, 협탁, 3단 서랍장 등에 사용돼 극도의 심플한 미니멀리즘과 조화를 이뤄 사이버틱한 미래공간을 연상시켰다.

미래주의의 인기는 고광택소재인 하이글로시의 강세를 부추겼다.

손잡이 등의 디테일한 요소에 유리, 크리스털, 투명아크릴, 알루미늄 등을 적용해 화려함을 부각시킨 것은 최근의 퓨처리즘과 무관하지 않다.

친환경적이고 자연주의적 요소를 강조한 제품도 많았다.

이러한 경향이 올해는 한층 강조돼 결이 더 대담한 흑단(Ebony)등의 사용으로 나타났다.

자연의 느낌을 살려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나무질감이 그대로 보이도록 한 표면처리, 도어의 프레임을 원목으로 처리한 것이 그 예다.

가구와 조명 등의 제품디자인에 사용된 패턴 또한 자연의 모티브를 이용한 나뭇잎과 꽃 등이 많았고 소재면에서는 친환경을 강조한 천연라텍스 제품이 많았다.

◆ Digital

이와 함께 미니멀한 가구 디자인과 TV 등 가전제품과의 기능적 결합을 고려한 '하이터치&하이테크'등 혁신적인 기술의 첨단 가구제품도 대거 선보였다.

이는 결국 프라다와 LG가 공동개발한 '프라다폰', 벵엔올룹슨과 삼성의 '세린폰', 앙드레김의 터치가 가미된 '지펠냉장고' 등 브랜드 간 제휴를 통한 제품개발 경쟁이 가구산업에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 밖에 가죽으로 의자 전체를 마감한 제품이 나오는 등 가죽소재의 활용도 눈에 띄었다.

퍼시스 가구연구소 권수범 과장은 "가죽은 의자의 좌판 정도에만 적용됐는데 이번에는 전 부분을 마감한 제품, 수납장 도어를 가죽으로 마감한 제품도 선보여 앞으로 유사한 디자인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