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피에르 루이지 피치(77)가 한국오페라단과 함께 2009년까지 3년 동안 국내에서 '피치 페스티벌'을 연다.

한국오페라단은 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치가 매년 상·하반기 국내에서 그의 오페라 작품 2편과 갈라 콘서트를 총감독하기로 했으며 제작은 한국오페라단이 맡는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12~ 17일 4회 공연되는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이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11월 무대에 올린다.

피에르 루이지 피치는 라 스칼라,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프랑스 바스티유 등에서 500여편의 오페라를 연출한 거장으로 극단적인 두 상황을 함께 보여주는 '아이러니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 트라비아타'의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공연에서는 무대를 두 곳으로 분할해 왼 쪽은 주인공 비올레타의 타락을 보여주는 개인적 공간으로,오른 쪽은 그녀의 화려한 겉모습을 드러내는 연회장으로 활용해 오페라 무대 연출의 새 장을 열었다.

피치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러니는 오페라를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며 "리날도에서도 이 기법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오페라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들었는데,내가 생각하는 오페라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며 "한국은 유럽과 달리 젊은 오페라 관객층이 많아 내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공연될 '리날도'는 2005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무대를 그대로 옮겨오는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공연된다.

이번 공연에는 2005년 라 스칼라에서 공연한 성악가들도 함께 와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다.

리날도 역은 메조소프라노 로라 폴베렐리가 맡는다.

로베르타 칸지안(알미레나 역),패트리자 비치레(아르미다 역),아담 플래시카(아르간테 역) 등도 만날 수 있다.

'리날도'는 십자군 영웅인 리날도가 예루살렘을 해방시키고 악한과의 싸움에서 이긴 후 그의 연인 알미네라와 결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파리넬리'에서 나온 곡인 '날 울게하소서'로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