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 사태의 열쇠를 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거취 문제를 놓고 고심해 온 그의 측근 이재오 최고위원이 1일 만났다.

재·보선 참패 수습을 위해 쇄신안을 내놨던 강재섭 대표 체제의 인정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명확하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의 거취문제에 대해 "당을 깨려 해서는 안된다"고 압박하고 나서,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상황이다.

◆李,강·온 기류 맞서=이 전 시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이 최고위원을 만난데 이어 '친이(親李)계'의원들과 회의를 갖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노동절 마라톤 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행사 직전 일정을 전격 취소까지 했다.

한 핵심 측근은 "이 최고위원은 사퇴의사를 강경하게 표명했으나 이 전 시장은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현 지도부 붕괴로 이어져 당 내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분열을 촉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만류의 이유로 보인다.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과 전재희 정책위 의장이 그만둔 마당에 서열 2위인 이 최고위원마저 사퇴하면 당 지도부는 와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강 대표의 쇄신안을 받아들일 경우 내분사태는 막을 수 있지만 '친 박근혜' 성향으로 알려진 '강재섭 체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고심거리다.

그렇게 되면 자칫 당내 입지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캠프 내에서도 대응 방향을 놓고 측근 의원들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온건파는 '봉합'쪽에,수도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강경파는 '정면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현 체제를 인정은 하되 '네거티브'나 '경선 룰'과 관련,추가 쇄신안을 요구하면서 강 대표의 재신임과 연계하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배용수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은) 당이 개혁돼야 한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사람 얘기를 듣고,또 설득도 해야 하는 것 같다"며 장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朴,"당 깨려해선 안돼"=박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의 지도부 잔류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의 사퇴 움직임에 대해 당을 깨려는 의도라고 공격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당을 단합의 길로 가지고 가느냐,분열로 이끄느냐를 결정하는 공은 이 전 시장에게 넘어가 있다"고 압박했다.

최경환 의원도 "이 최고위원이 끝내 사퇴한다면 당을 깨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그 책임은 이 전 시장 측에서 몽땅 뒤집어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이 퇴진해 지도부가 해체되면 박 전 대표도 상당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발언들이다.

이런 가운데 강 대표는 이날 당 원로로 구성된 상임고문단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쇄신안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당 안팎의 퇴진 압력에도 불구하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