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좌표는 장점..'뿌리'가 한계


정동영.문국현 행보도 관심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방향타를 상실한 범여권에 `손학규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후보군이 포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비(非) 한나라당 진영에서 정 전총장의 `공백'을 메울만한 대안으로는 손 전지사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범여권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 손 전지사는 범여권 대표주자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그를 `정운찬 대체재'로 규정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연초부터 줄곧 범여권 후보적합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점은 최대 기대요인이기는 하다.

손 전지사는 지난 1월28일 연합뉴스.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 14.9%의 지지율을 보여 14.0%를 얻은 정동영 전 의장을 앞선 이후 줄곧 수위자리를 지켜왔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객관화된 수치가 경쟁력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의 중도개혁 성향도 범여권이 추구하는 노선과 맞아떨어진다.

비록 한나라당 출신이기는 하지만 범여권의 제세력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색깔'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호남 출신이면서 범여권의 전통적 지역기반인 `서부벨트'의 한 축인 경기도 출신이라는 점도 범여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손 전지사와 지역적 연고를 같이 하는 열린우리당 수도권 지역 출신의원들이 손 전지사와 적극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기획탈당 형식으로 `후보중심 신당론'을 추동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거론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손 전지사가 범여권에 둥지를 틀기에는 한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이라는 `뿌리'를 둔 정치인이라는 점이 범여권에 `정서적 거리감'을 주는 대목이다.

특히 진보.개혁성향의 대선주자 진영에선 노골적인 `비토론'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성향 의원은 "과연 손 전지사가 전통적 지지층을 확실히 끌어안을 수 있을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손 전지사가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거리감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DJ 발전적 승계론'을 암시하는 듯한 계산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전날 `선진평화포럼' 발족을 계기로 대선행보를 본격화한 이후 가장 먼저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로 `직행'한 것은 범여권과 정서적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전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5.18 정신을 이어받아 선진평화미래를 이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지사는 오후 전남대 강연에서는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여러분은 전략적 선택을 했고 정권을 만들어냈다.

이제 광주는 단지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의 중요한 산실이며 여러분이 어떤 리더십을 만드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갈림길을 만들 것"이라면서 호남민심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에게는 탈당이란 '원죄'가 있다.

박근혜(朴槿惠).이명박(李明博)의 `빅2' 경쟁구도에 밀려 자신의 정치적 성장기반이었던 한나라당을 등진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아직 남아 있다.

손 전 지사는 본격 세력화의 시기를 다음달로 잡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정치 결사체인 `선진평화연대'를 꾸리는 시점에 그와 교감을 해온 열린우리당 인천과 경기지역 출신 일부 의원 10여명이 합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김부겸(金富謙) 조정식(趙正湜) 의원 등 수도권 의원 10여명은 전날 저녁 여의도 모식당에서 회동, 손 전지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대응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범여권 내에서는 손 전지사를 향해 이런 저런 형태의 `러브콜'이 나왔다.

신당모임의 김한길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분으로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며 "좋은 분이고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당과 민주당은 `함께 해야할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중도 정치개혁이라는 큰 틀의 방향 속에서 우리와 만나게 될 것이며 멀지않은 시기에 밀도있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경기도지사 재직시절 여러 업적이 있고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한나라당 출신이고 자신이 성장한 토양인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탈당한 것은 단점"이라며 "그러나 비 한나라당 진영에서는 여론조사상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정운찬 전총장의 퇴장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도 `포스트 정운찬'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구상했던 `정(鄭.정운찬)-정(鄭.정동영)-손(孫.손학규) 연대가 일단 무산됐지만 중도중심 후보연대 구상의 틀은 계속 유지하면서 대통합의 중심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 전의장은 이달 중 당 안팎의 인사와 두루 접촉하는 한편 손 전 지사와도 회동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총장과 함께 유력한 외부주자로 거론돼온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은 정 전총장의 중도하차에 따라 대권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사장은 이미 자체적인 연구모임을 가동중인 데다 시민사회진영의 인사들과 적극적 연대를 꾀하고 있어 대권도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