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pinion] 김상철칼럼-FTA, 평평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상철 MBC 보도국 경제부장
지난 4월2일 한·미 FTA협상이 타결되었다. 비준과정이 남아있는걸 생각하면 협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협상결과에 대한 평가는 극적으로 다르다. 찬반의 주장이 이처럼 극명하게 갈렸던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았을 듯 싶다. 한쪽에서는 곧 망하는 길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개방은 피할 수 없으며, 실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정전반에 대한 찬반을 떠나 세계화의 흐름에서 국가 간 생존투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뜻하다. 사실 문제는 FTA 자체가 아니다. 득실은 어차피 계산이 쉽지 않다. 농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농업이 앞으로도 셰속 재정지원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가전이나 자동차부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 섬유 제품의 가격이 10% 하락한다 해도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쉽게 공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방”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개방의 본질은 경쟁의 확장에 있다. 시장 경제체제에서 사는 한 경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란데스(David Landes)는 <국가의 부와 빈곤>이라는 책을 통해 한 국가가 선진화 또는 공업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몇가지 요소를 꼽는다. 그것은 곧 기후, 천연자원, 그리고 지리적 요소와 함께 문화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근면, 절약, 정직, 인내, 끈기의 가치가 그 사회에서 얼마나 존중되는지, 신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얼마나 개방적인가, 이 질문은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그리고 새로운 문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를 받아들이고 고유한 전통문화와 융합해 또 다른 새로운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개방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국가의 경쟁력수준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개방은 그저 문을 열어놓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내 것으로 만드는 혁신과 수용이 따르지 않는 한 개방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계화가 대세라는 건 무조건 추종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세계화가 가져오는 부문별 이익과 손해는 명백히 갈린다. 대화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든 세계화는 역사적 현실이다. 경쟁은 변화를 요구한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경제사가 가르쳐주는 냉엄한 교훈이 있다.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경쟁자들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그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중국의 한 공장에 붙어져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한다. 사자는 영양을 잡아먹기 위해 뛰어야한다. 그리고 영양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뛰이야 한다. 사자냐 영양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해가 뜨면, 뛰어야 한다. 평평한 세계에서 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초청 칼럼니스트 프로필 및 저서소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MBC에서 20여 년 동안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경제담당 전문기자를 거쳐 현재 MBC 보도국 경제부장으로 재직중이다. <100분 토론> 등에 전문패널로 참여하는 한편, 에서 ‘김상철 기자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1991년 ‘바른말보도상’을 받았다. 지은 책에《알기 쉬운 한국경제》,《시장과 정부, 누구의 잘못인가》,《경제뉴스에 돈 있다》 등이 있고, 옮긴 책에《세계는 평평하다》《컬처코드》 등이 있다.
이 글은 한경닷컴 '초청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다른 칼럼을 더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http://www.hankyung.com/board/list.php?id=column_invite&no=1&page=1
지난 4월2일 한·미 FTA협상이 타결되었다. 비준과정이 남아있는걸 생각하면 협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하지만 협상결과에 대한 평가는 극적으로 다르다. 찬반의 주장이 이처럼 극명하게 갈렸던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았을 듯 싶다. 한쪽에서는 곧 망하는 길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개방은 피할 수 없으며, 실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정전반에 대한 찬반을 떠나 세계화의 흐름에서 국가 간 생존투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뜻하다. 사실 문제는 FTA 자체가 아니다. 득실은 어차피 계산이 쉽지 않다. 농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농업이 앞으로도 셰속 재정지원만으로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가전이나 자동차부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 섬유 제품의 가격이 10% 하락한다 해도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쉽게 공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방”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개방의 본질은 경쟁의 확장에 있다. 시장 경제체제에서 사는 한 경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실존의 문제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란데스(David Landes)는 <국가의 부와 빈곤>이라는 책을 통해 한 국가가 선진화 또는 공업화를 이루는데 필요한 몇가지 요소를 꼽는다. 그것은 곧 기후, 천연자원, 그리고 지리적 요소와 함께 문화적 유산이라는 것이다. 근면, 절약, 정직, 인내, 끈기의 가치가 그 사회에서 얼마나 존중되는지, 신기술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는 얼마나 개방적인가, 이 질문은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그리고 새로운 문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는지”를 의미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를 받아들이고 고유한 전통문화와 융합해 또 다른 새로운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개방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국가의 경쟁력수준을 좌우한다.
그러므로 개방은 그저 문을 열어놓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내 것으로 만드는 혁신과 수용이 따르지 않는 한 개방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계화가 대세라는 건 무조건 추종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세계화가 가져오는 부문별 이익과 손해는 명백히 갈린다. 대화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든 세계화는 역사적 현실이다. 경쟁은 변화를 요구한다.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경제사가 가르쳐주는 냉엄한 교훈이 있다. 그것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누군가 다른 경쟁자들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그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중국의 한 공장에 붙어져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한다. 사자는 영양을 잡아먹기 위해 뛰어야한다. 그리고 영양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빨리 뛰이야 한다. 사자냐 영양이냐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해가 뜨면, 뛰어야 한다. 평평한 세계에서 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초청 칼럼니스트 프로필 및 저서소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MBC에서 20여 년 동안 경제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경제담당 전문기자를 거쳐 현재 MBC 보도국 경제부장으로 재직중이다. <100분 토론> 등에 전문패널로 참여하는 한편, 에서 ‘김상철 기자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었으며, 1991년 ‘바른말보도상’을 받았다. 지은 책에《알기 쉬운 한국경제》,《시장과 정부, 누구의 잘못인가》,《경제뉴스에 돈 있다》 등이 있고, 옮긴 책에《세계는 평평하다》《컬처코드》 등이 있다.
이 글은 한경닷컴 '초청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다른 칼럼을 더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http://www.hankyung.com/board/list.php?id=column_invite&no=1&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