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LCD패널 생산업체인 LG필립스LCD(약칭 LPL)는 공급자 위주의 경영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기순환형 산업 속성을 반영,최대한 빨리 감가상각비 이상의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제품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

이런 LPL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실적이 악화되고 있던 2005년 초.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패널 가격은 하락했고 고객사들은 LPL의 품질,가격,납기,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는 물론 고객 이탈로 이어졌다.

이런 상태로는 1등은커녕 사업 유지조차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해 4월 신설된 부서가 고객가치실현팀.그동안 고객을 잊고 있었다는 반성에서 만들어진 이 팀은 우선 전 세계 27개 고객사를 찾아다니며 만족도 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자체 조사한 고객만족도지수는 100점 만점에 26점에 불과했고 고객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무성의한 LPL 직원들의 태도에 넌덜머리를 내고 있었죠."(윤헌수 고객가치실현팀장)

이 때부터 대변신이 시작됐다.

우선 임직원들의 마인드 개선이 급선무였다.

'확실히 일등합시다'로 시작되는 전화 응대법부터 바꿨다.

어설픈 1등주의가 고객을 잊게 했다는 판단에서다.

또 고객을 '걔네'라고 표현하는 고객 경시 언어도 없앴다.

'걔네'라는 말을 사용하면 1만원씩 벌금을 내게 하는 방식이었다.

둘째는 조직 개편.기존에는 기획 생산 영업 마케팅 등 기능별로 나누어 놓았던 조직을 IT,TV,중소형 패널 등 고객 분류별로 재편했다.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올해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 조사한 고객만족도지수는 2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아졌다.

품질도 다시 만족할 만한 수준을 되찾았고 납기 지연도 거의 없어졌다.

이런 노력을 알기라도 했는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던 미국 PC 제조업체 델은 최근 LPL을 '올해의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일본의 NEC도 LPL을 LCD패널 부문 우수 협력사로 뽑았다.

윤 팀장은 "그동안은 부정적이었던 고객사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먼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적극적인 고객경영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고객사의 현황과 향후 전략,심지어 고객사 최고경영자(CEO)의 취미와 자녀 생일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한 '고객의 목소리(VOC)'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