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협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이들 두 개 협회의 로비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사협회 회장의 개인 회비 횡령 비리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가 의료계 전반으로 확대된 셈이다.

실제 이들 3개 단체는 활동 방향과 특성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세를 모아 함께 활동한 전력도 있다.

일단 추가 압수수색의 발단은 녹취록에서 드러난 장동익 전 의협 회장의 발언이다.

장 전 회장은 지난 3월31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의협 시·도 대의원회의에서 '한나라당 J 의원이 연말정산 간소화 대체법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맨입으로 하겠느냐.1000만원을 현찰로 줬다'고 말했기 때문.

로비의 핵심으로 꼽히는 '연말정산 간소화 대체법안'은 연말정산 간소화 방안을 담은 소득세법을 개정하자는 것.국세청은 지난해 말 세금 환급을 위한 연말정산 때 개인이 일일이 진료받은 병원을 찾아 의료비 내역을 구하지 않아도 되도록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홈페이지에 해당 내역을 게재해 환자들이 진료 내역 정보를 쉽게 찾도록 했다.

의료계는 진료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해 왔으나 실제로는 소득 노출을 꺼렸다는 분석이다.

이후 의사협회가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연말정산 대체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원 섭외를 위해 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과 간부급 회동을 갖고 공동 대처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일단 검찰은 당시 세 단체들이 소속 회원 개인의 명의로 J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쪼개 전달했더라도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뇌물죄로 사법 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대가성 여부를 살피고 있다.

또 검찰은 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기구인 의정회 자금이 불투명하게 집행됐거나 일부 부정한 용도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치과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의정조직인 '치정회(현 치과의료정책연구소)'와 '한의정회'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김성덕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로비창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지목된 의정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정회가 회원들의 권익 보호란 당초 설립 목적과는 달리 왜곡된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또 '의료법 개정 반대 투쟁'과 관련,"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라고 보고 있다"고 말해 의료법 개정 반대운동은 당분간 중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문혜정/정종호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