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 달간 외국인이 정보기술(IT) 관련 주식을 1조4799억원어치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IT주가 오랜 조정을 딛고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IT주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관련 주식들이 추세적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주도주로 부상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 바닥론이 매수 원동력

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작년 4월 이후 지속적으로 IT주를 순매도해 왔으나 지난달에는 전체 순매수 금액(2조7416억원)의 절반 이상을 IT주로 채웠다.

반면 이 기간 기관은 1조1823억원,개인은 2312억원어치의 IT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는 IT 경기가 바닥권에 이르렀고 주가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빠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IT 관련주들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13% 하락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4월 2.4% 떨어지는 데 그쳤고 일본과 대만의 전기전자업종지수는 각각 9.1%와 14.3% 상승했다.

한국 IT주만 지나치게 약세를 보인 것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데다 한국 IT업체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잘 대응하지 못해 주가 하락폭이 컸다"며 "원화 강세가 마냥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주가 반전의 가능성이 있으며 외국인도 이런 시각에서 저점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IT경기도 바닥을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CD의 경우 구조적인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며 "삼성전자나 삼성전기의 실적도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외국인 저점 매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호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IT 비중이 낮았던 외국의 대형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비율을 맞추기 위해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주도주 부상 여부는 논란

증권업계에서는 IT주가 그동안 침체를 벗고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과 추가 상승에는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고순환지표로 볼 때 IT경기는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LCD와 휴대폰의 실적이 좋아지면 삼성전자 주가는 반전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업종 전반이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IT주가 하락했을 때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매수는 수급을 개선시키고 하방경직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IT주의 추세적 상승을 불러오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IT주 향방을 가름할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