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IT 병역특례업체의 산업기능요원 비리가 검찰에 포착되자 병무청이 모든 IT업체들에 대해선 내년부터 아예 관련 요원을 배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檢討)하고 있다고 한다.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당국의 의도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의 문제해결 방법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물론 병무비리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반드시 척결돼야 할 문제다. 특히 병역특례업체와 산업기능요원 간 거래는 이 제도의 취지를 심히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그동안 병역특례 제도와 관련한 이런저런 의혹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고 보면 병역특례업체의 비리 문제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고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일부 업체들의 비리 때문에 다른 대다수 선량한 업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은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모든 사람을 다 기합 주는 군대식 방식으로 간단히 처리할 그런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인력확보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너무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뿐만 아니라 정책의 신뢰성 측면에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계획'에 따라 전체 산업기능요원 가운데 현역 요원은 2011년까지 4500명씩 배정하다가 2012년에 가서 중단하고, 보충역 요원은 내년부터 20%씩 감축하다가 2012년에 폐지(廢止)하기로 한 바 있다. 병역복무기간 단축 등 여러 변화를 고려한 계획으로서 해당 인력의 수요기업들에 서서히 준비하라는 일정 제시를 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병역비리를 이유로 IT업체들에는 내년부터 인력배정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해버리면 해당 업체들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발표된 정책이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이렇게 변하면 어느 기업이 인력수급 계획을 제대로 짤 수 있겠는가.

게다가 병역특례업체가 산업기능요원을 자체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병무청으로 이관(移管)하도록 검토하겠다는 것도 사려 깊지 못한 발상이다. 업체마다 인력수요가 모두 다른데 병무청이 어떻게 이를 대행하겠다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에 앞서 복무 실태점검 강화 등 비리 재발을 방지할 시스템 개선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