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첫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물량이 27만t을 넘으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가 적용되고,그 기준 물량은 매년 3%씩 늘어나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15년 차에는 수입 물량이 35만4000t을 넘어야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이프가드는 한·미 FTA로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할 경우 일정기간 해당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다.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FTA 농어업부문 협상 결과 실태 규명 청문회'에서 이 같은 한·미 FTA 협상문 대외비 열람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는 비밀 유지를 전제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보좌관에 한해 지난달 25일부터 농림·해양 관련 협상 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며 협상의 구체적인 사항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냉장육에 한해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며,기준은 첫해 8250t에서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10년 차에는 1만3938t으로 늘어난다.

홍 의원은 "지난해 국내 전체 쇠고기 소비량이 35만8000t이므로 세이프가드 발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라며 "돼지고기 역시 전체 수입량의 2.17%에 불과한 냉장육에만 세이프가드가 적용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비밀 유지를 전제로 열람한 문건의 내용을 질의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정부의 대외비 요구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며 "이럴 거면 문서 열람 전에 굳이 비밀서약을 할 필요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협상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는 농촌 출신 의원들이 질의에 나서면서 지나치게 격앙된 질문도 터져나왔다.

열린우리당 최규성 의원이 "미국에서 학교를 마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친미파 아닌가"라고 공격하자 김 본부장은 "친미파라니요"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