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등 국제적으로 위상이 크게 높아졌지만 소득 불균형과 제조업 일자리 유출로 몸살을 겪고 있는 미국이 보호주의적 성향을 보일 경우 아시아 경제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위기 10년 국제통화체제와 아시아의 역할' 세미나에서 데이비드 헤일 데이비드헤일글로벌어드바이저 회장은 "10년 전 외환위기 시기와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고 진단한 뒤,"지금 아시아 국가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민주당의 하원 장악 후 미국에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보호주의(protectionism)와 미국발 세계경기 하락 우려"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외환보유액을 쌓아온 데다 외환위기 당시처럼 단기 외화를 무분별하게 끌어쓰지 않은 만큼 또 다른 외환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헤일 회장은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균형으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시장중심적 정책에서 보호주의로 돌아서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GDP 대비 수출에서 세계 평균(28%)을 훨씬 웃도는 55%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 간 무역이 1986년 26%에서 2005년 37%로 증가했지만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중간재를 중국에 집중적으로 수출한 결과기 때문에 미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서면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고 이 충격이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NYU) 경제학과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미국발 경기 하락이 중국 경제를 통해 아시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제프리 셰이퍼 씨티그룹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셰이퍼 부회장은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 중 가장 큰 잘못은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위안화를 서둘러 절상하지 않는다면 중국도 결국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 경상수지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중국 경제에도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카기 신지 오사카대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지만 GDP 대비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전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의 평균 투자는 GDP 대비 30%를 넘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20%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카기 교수는 또 "축적된 외환보유액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며 "싱가포르의 테마섹처럼 국가가 투자금을 운용하면서도 투명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