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가 작고 인구가 적은 한국이 4%대의 저성장 벽을 넘어서려면 세계 시장과 더 통합해야 하고 개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세계적 금융통화 학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19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먼델 교수는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개최한 '아시아 위기 10년-국제통화 체제와 아시아의 역할'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대담 : 고광철 국제부장>


-최근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급격히 절상됐다.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원화 절상이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원화 강세는 이유라기보다는 결과일 뿐이다.

즉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현재도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잘 되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큰 수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절상은 괜찮다고 본다.

만약 한국이 고정환율제를 택한다면 더욱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최근 4%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단계 더 높아져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은 지난 세기 동안 가장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일군 나라다.

이제 한국도 중진국,즉 중간 소득 단계에 올라갔기 때문에 옛날같이 높은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왜 일본 수준으로 올라가지 못하나.

"한국은 인구 규모가 작다.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일본처럼 충분한 내수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성장을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과 더 통합돼야 한다.

세계와 통합하기 위해 더 개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중국을 봐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15년 이상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서비스 시장은 아직은 열악하지만 엄청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 가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다.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에는 큰 행운일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데 전반적인 모든 품목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도 일본도 미국과 FTA를 맺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만이 FTA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서로 관세를 없애는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다.

특히 한·미 FTA는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다만 한국 정부는 내부적으로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을 도와줘야 한다."

-미국 경기가 점차 가라앉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 경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약간 떨어졌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좋아질 것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

주택경기 침체 우려도 심각하지는 않다고 본다.

주택경기는 2~3분기 후면 다시 회복될 것이다.

이민 등으로 미국의 인구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금리가 올랐지만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다.

증권시장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전망은 계속 좋다고 본다.

실제 미국 경제의 불황은 1981년 이후 두 번밖에 없었다.

4~5년 후는 모르지만 지금은 좋은 상태이며 향후에도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계속 커지는 데 대한 국제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적자는 개선돼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역적자가 심각하지만 이것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잘 사는 것이 아닌가.

즉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하고 성장을 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 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다."

-유로화의 지속적인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유로화를 사고 싶지 않다. 유럽 국가들이 과도한 상승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유로화가 계속 올라가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실업 문제가 일어나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현재 유로가 절상됐다고 하지만 1999년에 비해 15%가량 오른 것이다. 높은 수준이 아니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단일 통화에 대한 제안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단일 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일본 등이 자국의 통화를 포기하겠는가. 통화는 매우 정치적인 것이다. 한국도 원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다."


-당신은 고정환율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국 정부 관료들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환율 결정은 매우 정치적인 것이다.

고정환율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치적인 판단이다.

만약 고정환율제를 운영하다 실패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책임이나 위험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고정환율제가 돼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바꿨다.

당초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큰 문제가 없다.

"중국이 2005년 국제적 압력에 의해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

지금처럼 조금씩 환율이 바뀌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위안화가 상당히 큰 폭으로 절상되면 아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환율제나 통화 바스켓이 필요하다."

정리=김현석/황경남 기자 realist@hankyung.com

---------------------------------------------------------------
● 먼델 교수 누구인가?

로버트 먼델 콜럼비아대 교수는 ‘유로(Euro)’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다.

그는 통화와 환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럽 단일통화 탄생에 기여한 공로로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지금은 국제경제학의 고전으로 통하는 그의 경제이론 ‘먼델-플레밍의 법칙’을 고안,서로 다른 환율체제 아래에서 각국의 통화 및 재정정책이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쾌하게 규명해 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밴쿠버의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1956년 MIT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콜럼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