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發 세계 금융위기 경고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헤지펀드 발(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1998년 세계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비슷한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연방은행은 2일(현지시간) 금융 시장 분석 보고서를 발표,"헤지펀드 간 상관도가 매우 높고 수익 구조도 비슷해 이에 따른 위험 역시 서로 얽혀 있다"며 "이는 시장에 어떠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투자 물량을 팔아넘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비슷한 매매 수법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시장의 일시적 충격에 대한 대응도 대부분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이 한꺼번에 투자 물량을 내놓게 되면 위험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1998년 LTCM 사태와도 매우 유사성이 높다고 뉴욕연방은행은 분석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수학자,컴퓨터 전문가 등 우수한 인재들이 운용한 LTCM은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채무 지불 유예)을 선언하자 위기에 빠져 전 세계 금융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LTCM 사태 이후 잠시 주춤했던 헤지펀드 시장이 최근에 세력이 급격히 커져 현재 자산 운용 규모가 1조4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브리지워터가 자산규모 1500억달러(약 141조원)로 가장 크고 블랙스톤,맨그룹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와 관련,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대출기관이 헤지펀드에 경쟁적으로 대출을 남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헤지펀드 발 금융위기론의 가장 큰 근거는 이들이 무리한 차입을 통해 위험도가 큰 상품에 투자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헤지펀드는 그 규모와 영향력에 비해 그동안 규제도 거의 받지 않고 자산 운용의 투명성도 높지 않아 금융 시장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연금펀드와 보험펀드 등 보유 자산이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헤지펀드 투자자로 가담하면서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자본 시장의 양대 축인 미국과 영국이 헤지펀드 규제에 소극적이어서 규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미국 정부는 헤지펀드가 글로벌 경제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헤지펀드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이 강력히 주장한 헤지펀드 투자 내역 공개와 같은 직접적 규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